네스터 알멘드로스와 올란도 지메네즈 레알이 만든 다큐멘터리 <부적절한 행위>는 카스트로 체제의 쿠바 정부가 동성애자·반체제자에게 가한 불관용의 역사를 기록한 작품이다. 거기엔 작가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는데, 인터뷰를 본 줄리앙 슈나벨은 <바스키아>에 이은 두 번째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으로 그를 선택했다. 아레나스는 쿠바인들에게 약속과 혁명의 시간이 시작되는 1959년 이후 반대로 끔찍한 개인사를 살았던 작가의 이름이다. 반혁명적이란 이유로 그의 작품은 대부분 해외에서 출판될 수밖에 없었고, 동성애자인 그에 대한 탄압은 멈추지 않았다. 1980년, 혁명에 부합되지 않는 자는 해외로 추방될 수 있다는 카스트로의 선언에 따라 미국에서 살기 시작한 아레나스는 가난과 에이즈로 힘겨운 최후를 보내다 죽는다. ‘자유주의자를 경계하라’고 들어왔기 때문인지 ‘자유’란 말에 어떤 죄의식을 짊어지고 살아왔는데, <비포 나잇 폴스>를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태어난 땅에서 쫓겨나고 유배된 곳에서도 무국적자로서 존재를 부정당해야만 했던 예술가의 삶이 실로 눈물겹기 때문이다. 화가의 전력이 있는 감독의 작품인 만큼 매 순간 인상적인 장면이 감탄을 자아내는데다 주연을 맡은 하비에르 바르뎀은 물론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조니 뎁 그리고 곳곳에 숨어 있는 숀 펜,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헥토르 바벤코를 찾아보는 맛도 각별한 작품이다. 한 군데 삭제가 있어 아쉬운 가운데, DVD의 부록으로는 위에 언급한 인터뷰 발췌본(사진, 7분)과 ‘제작현장 영상’(8분) 등이 제공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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