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혼령들이 펼치는 밤의 향연, 뮤지컬영화 <삼거리 극장> 촬영현장
2006-04-03
글 : 김나형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지난 3월13일, 남양주종합촬영소의 아담한 방 하나가 시끌시끌 북적거린다. 방 가운데 테이블에는 초록색 닭 요리와 썩은 음식들이 거미줄과 엉켜 뒹군다. 눈과 입술을 그로테스크하게 칠한 네 인물이 테이블 주변에서 난장을 벌이고 있고, 유일하게 정상으로 보이는 소녀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어디선가 ‘록 음악’이 울려퍼지자, 검은 원피스 차림의 여자가 갑자기 테이블 위로 올라서서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기생노릇 3년 만에 머리 얹어준 만석꾼….” “컷! 커엇∼! 저기, 마이크, 너무 찔끔찔끔 내려오는데 한번에 싹 내려와줄 수 없을까요? 그리고, 완다, 테이블에 올라올 때 전주 조금만 더 듣고 들어와볼래요? 그러면 너무 빠듯할까?” “한번 맞춰보겠습니다.” “음악은 어디부터 갈까요?” “처음부터 갑시다.” “음악, 처음부터!” “슛!”

<삼거리 극장>은 뮤지컬영화다. 2002년 안성기, 소찬휘 주연으로 촬영에 들어간 <미스터 레이디>가 제작단계에서 엎어진 것을 제외하면, 국내 최초의 본격 뮤지컬영화가 되는 셈이다. <발레교습소>의 김동기,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황강록 두 음악감독이 합심하여, 그레고리안 성가, 블루스, 발라드 등 각기 장르가 다른 열곡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삼거리 극장>의 주인공은 소녀 소단. 사라진 할머니를 기다리며 매표소 직원으로 일하던 소단은, 극장에 사는 네 혼령을 만나 밤마다 그들이 벌이는 춤과 노래의 향연에 동참하게 된다. 오늘 촬영하는 부분은 생전 기생이었던 완다가 만석꾼 아들에게 버림받은 사연을 털어놓는 부분이다. 아역배우로 경력을 쌓아온 김꽃비와 뮤지컬 배우 출신 박준면, 한애리 등 배우들의 이름이 낯설지만 이들은 1분1초도 낭비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뮤지컬신을 찍기 전 감독과 상의하에 여러 번 리허설을 하고 촬영에 임한다는 전언이다. 감독 전계수는 중·단편 영화 연출, <싱글즈> 조감독, 연극연출과 무용안무 경력까지 갖고 있는 팔방미인. 신인감독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콘티, 촬영, 현장편집, 싱크로나이즈 등을 빠르고 꼼꼼히 챙긴다. 촬영은 쉼없이 진행되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재밌다. ‘이런 영화가 보고싶은데 한국엔 없으니까 우리가 만들자’ 했던 거다. 그러니 즐거울 수밖에.” 황윤경 PD의 말대로 이제껏 한국엔 없었던 영화가 될 <삼거리 극장>은 올 하반기 중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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