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빨간모자의 진실> 개구리 수사반장 더빙 임하룡씨
2006-04-04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글 : 이종근 (한겨레 기자)
성우 도전 이 나이라고 못하리?

나이 쉰넷, 데뷔 25년, 1986년 한국백상예술대상 코미디대상, 1991년 한국방송 코미디대상…. 데뷔 이래로 줄곧 한국 최고의 코미디언 자리에서 시청자들을 웃기다 그 자리를 훌훌 털어버린 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난 배우 임하룡의 프로필 가운데 한 대목이다.

코미디언으로서 ‘이 나이에 내가 하리∼’, ‘다이아몬드 스텝’ 등 수많은 유행을 만들어 냈고, 평생 코미디언으로만 남을 것 같았던 그는 지난 5년 동안 영화배우, 연극배우, 뮤지컬배우라는 직함을 보탰다. 그리고 6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빨간모자의 진실>에서는 최첨단 과학수사를 추구하는 개구리 수사반장 ‘폴짝이’의 한국판 목소리 더빙을 맡아 성우에도 도전했다.

“사실은 목소리에 힘이 좀 없어서,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을 기피할 정도로 자신이 없어요. 게다가 코미디 중에서도 제일 못하는 게 성대모사 같은 거라 더빙 연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임하룡은 오랜 콤플렉스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모험을 받아들였다. “<슈렉2>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고양이 목소리를 연기하는 걸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종 전문 늑대기자 역을 바랐던 기대와는 달리 개구리 수사반장으로 캐스팅 된 뒤에도 더빙 중간 ‘거참, 쑥스럽구만∼’같은 자신의 유행어를 삽입하는 등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 때문인지 양복에 중절모를 차려입은 개구리 수사반장의 모습은, 애초에 전혀 의도된 설정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1980년대 출연했던 ‘도시의 천사들’ 속 쉰옥수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은 저더러 왜 요즘은 코미디를 안 하냐고 묻는데, 애니메이션 더빙이나 영화 연기 같은 데서 코미디도 하고 있는 거예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여일(강혜정)을 두고 ‘꽃 꽂았습니다’(미쳤습니다) 같은 대사를 날리는 게 코미디가 아니면 뭐겠어요.”

그는 코미디를 그만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다만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을 뿐”이라고 답했다. “5년 전 어느날 황금 시간대에서 저만치 밀려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연기하고 있는 내 자신이 문득 측은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뒤 다른 코미디언들 처럼 사업도 해봤지만 돈과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것 같아 미련없이 접었다. 그리고 <범죄의 재구성>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등 영화는 물론 연극 <웰컴 투 동막골> 뮤지컬 <풀몬티>까지 방송 이외의 모든 영역을 두루 거치며 배우 임하룡으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땐 다시 자리를 잡는 데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5년 만에 조연 배우로 자리를 잡았고, 지난해에는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아 공식적으로 그 무게감을 인정받기도 했다. 임하룡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라며 ‘남 덕’으로 돌리지만, 스타 코미디언이라는 체면에도 불구하고 특별출연과 조연을 마다하지 않으며 부지런을 떨었던 ‘자기 덕’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올해 개봉하는 두 편의 영화 <맨발의 기봉이>와 <원탁의 천사>에서 각각 아버지 같은 이장, 환생한 아버지 역을 맡은 그는 “착한 아버지, 나쁜 아버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아버지 역할로 연기 폭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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