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우디 앨런의 신작 <매치 포인트> 기자시사회 열려
2006-04-04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매치 포인트>

우디 앨런의 신작 <매치 포인트>의 언론 시사회가 4월4일 CGV 압구정에서 열렸다. 2005년 칸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우디 앨런의 최근작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온 작품이다. 우디 앨런의 터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뉴욕을 떠나 런던에서 촬영된 영화이며, 그의 영화 중 보기 드물게 코미디가 배제된 영화다. 숨겨둔 정부와의 관계가 불씨가 되어 존재론적 물음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 중 <범죄와 비행>과 많은 비교가 되고 있다.

3류 테니스 선수생활에 싫증난 크리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본업을 그만두고 상류층 사람들을 가르치는 테니스 교습 선생으로 살아가며 뭔가 다른 삶을 꿈꾼다. 크리스는 오페라 보기를 즐기고, 도스트예프스키와 스트린드버그의 문학작품을 즐겨 읽는 교양인이다. 그런 그가 바라는 것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상류층 2세 톰을 친구로 사귀게 되면서 크리스의 인생길은 꿈꾸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톰의 여동생 클로에(에밀리 모티머)와 연애를 시작하고, 톰의 가족과 어울리게 된다. 그런데 크리스가 한 눈에 반하는 여자는 클로에가 아니라 파티에서 만난 톰의 애인 노라(스칼렛 요한슨)다. 톰의 가족과 함께 시골 별장을 찾은 크리스는 그곳에서 노라와 함께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 후, 런던으로 돌아온 노라가 크리스를 외면하자, 실망한 크리스는 클로에와 결혼한다. 그러나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크리스와 노라는 다시 격렬한 연애를 시작하고, 노라는 크리스의 아이를 갖게 된다. 지루하지만 성공의 담보물과도 같은 클로에, 가진 건 없지만 격렬한 욕망을 불타오르게 하는 노라. 크리스는 그중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에 빠진다.

<매치 포인트>의 첫 장면은 네트에 걸린 테니스 공이 넘어가지 않은 채로 걸려 있는 정지 화면이다. 이 영화가 던진 질문을 압축하고 있는 장면이다. 우디 앨런 영화에서 운명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것인데, 그건 숨이 넘어갈 정도로 코미디를 몰고올 때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송두리째 삶이 바뀌는 진지한 선택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매치 포인트>는 그 성공과 격정의 선택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행각을 집요하게 뒤쫓는다. 주인공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와 스칼렛 요한슨의 적절한 매력은 영화에 한층 더 힘을 실어준다. <매치 포인트>는 오랜만에 우디 앨런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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