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팝콘&콜라] 빨간모자의 진실 더빙 100%의 진실
2006-04-07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6일 개봉하는 <빨간모자의 진실>(감독 코리 에드워즈)이 국내에서 개봉되는 외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 더빙판으로 상영된다. 자막판 없이 150여개 스크린 모두 더빙판을 상영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관객들이 전통적으로 극장에서만큼은 더빙 보다 자막을 선호해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뜻밖의 결정이다. 하지만 그 ‘뜻밖’의 ‘안팎’을 살펴보면 관객들의 기호와 영화판의 추세를 반영한 자연스런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빨간모자의 진실> 수입사인 쇼박스는 개봉 형식을 확정하기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2분 가량의 더빙판과 자막판 예고편을 공개한 뒤 1만2540명의 네티즌에게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1만129명의 참가자가 더빙판을 지지했다. 자막판을 지지한 응답자는 2411명에 불과했다. 더빙판 지지가 80%를 넘었으니, 100% 더빙판 상영도 무리는 아니다.

예비 관객들이 더빙판을 지지한 가장 큰 이유는 강혜정(빨간모자), 김수미(엽기할머니), 임하룡(과학 수사반장 폴짝이), 노홍철(다람찍사) 등 유명연기자들의 능청스런 목소리 연기에 있다. 지난해 <마다가스카>에서 영화배우 송강호에게 더빙을 맡긴 적이 있긴 하지만, 전문 성우들의 외국 애니메이션 더빙이 보편화 돼있는 한국에서 이례적으로 스타급 배우들을 대거 목소리 캐스팅한 것이 설문 조사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쇼박스 쪽에서는 이를 두고 “캐릭터에 꼭 들어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이 주효했다”는 해석을 달았다. 또 “미국판에서도 앤 해서웨이와 글렌 클로즈 같은 스타들이 더빙했지만 한국 관객들이 할리우드 스타 대신 충무로 스타들을 선택한 것”이라며 한국 영화계의 스타파워가 커졌음을 드러내는 한 예로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 관객들이 점점 더 자막 읽기를 귀찮아한다’는 상황변화를 덧붙여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다가스카>를 수입했던 씨제이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원래 더빙판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관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낮에만 상영하고 성인 관객이 많은 저녁 때는 거의 자막판 위주로 상영했었다. 하지만 <마다가스카> 당시 더빙판의 상영비율이 40%였던 데 반해, 관객비율은 50% 가까이 되는 걸 보고 더빙판 선호 추세를 읽었다”고 말했다. “스타 캐스팅의 영향도 있지만, 성인 관객들도 자막에 대한 부담감이 늘고 더빙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스타급 배우들이 외국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하는 것은,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한 친밀감을 높여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되도록 원작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즐긴다는 측면에서는 우려할 부분도 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경우, 영화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먼저 녹화해 그 입모양은 물론 표정이나 몸짓의 특징도 살려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배우의 얼굴 연기와 목소리 연기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반영화처럼 애니메이션도 그림과 목소리를 완전히 분리해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배우들이 아무리 뛰어나게 더빙을 한다고 해도 원작의 ‘제맛’은 자막에 비해 덜할 수밖에 없다.

하나 더, 관객들이 점점 더 자막을 귀찮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애니메이션은 물론 일반 외화까지도 더빙판이 잠식해가는 상황을 우려한다면 기우일지 모른다. 그러나 관객들이 자막 읽기를 유독 싫어하는 미국의 경우 극장에 걸리는 외화 대부분이 이미 더빙판이라는 사실은, ‘기우’에 ‘현실화 가능성’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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