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세기 폭스의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2>가 빙하기의 미국 박스오피스를 녹일 기세다. 지난 3월31일 미국 전역에서 동시 개봉한 <아이스 에이지2>가 6800만달러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는 첫 주말에 1억800만달러를 벌었던 <슈렉2>, 7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인크레더블>과 <니모를 찾아서>에 이어 역대 애니메이션 오프닝 성적 중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박스오피스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높은 <아이스 에이지2>의 성적에 놀라며 “가족영화가 드문 시기를 잘 노려서 개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이스 에이지2>의 성공은 개봉을 앞둔 CGI애니메이션들의 흥행성적에 고무적인 영향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는 CGI애니메이션의 개봉 편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예정이다. 디즈니는 이미 픽사와 한해 최소 2, 3편의 영화를 만들기로 계약한 상태이며, 소니와 드림웍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부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사인 라이온스 게이트도 2007년 여름에 첫 CGI애니메이션인 <푸드 파이트>(Foodfight)를 개봉할 계획이다. 이같은 CGI애니메이션 제작 붐은 지속되는 미국 박스오피스 침체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단 한번의 커다란 실패도 없이 승승장구하는 CGI애니메이션을 투자 순위 1위에 올려놓은 지 오래다. 특히 제작사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은 CGI애니메이션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프랜차이즈 상품을 만들어내기에 매우 적당하다는 사실이다. <슈렉>이나 <니모를 찾아서> 같은 작품들은 프랜차이즈 상품 수익이 전세계 개봉 수익보다 훨씬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사들의 지나친 CGI애니메이션 제작 열기가 산업 자체의 자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라이온 킹>을 비롯한 디즈니 셀애니메이션의 성공에 감화된 제작사들이 서둘러 투자를 감행했으나, 비슷비슷한 작품들에 식상한 관객의 외면으로 셀애니메이션 산업이 붕괴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의 배급이사인 베로니카 콴 루비넥은 “CGI애니메이션의 편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관객은 비슷한 컨셉에 금방 식상해할 것”이라며 과열된 CGI애니메이션 산업에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