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DVD vs DVD] 포르노그래피, 산업에서 문화로
2006-04-14
글 : 이교동
<인사이드 딥 스로트> vs <데비 더즈 달라스를 밝힌다>

2만달러 남짓한 예산으로 제작되었던 1972년의 포르노영화 <목구멍 깊숙이>는 만들었던 사람들의 소박한 희망과는 달리 시대를 가름하는 정치·사회적 문화현상이 되어버렸다. 배급을 저지하려던 보수파의 시도는 오히려 <목구멍 깊숙이>를 변화하고 있는 성을 대변하는 정치적 상징으로 격상시켜주었고, 미국의 절반 가까운 주에서 상영금지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세상은 이를 기점으로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이해와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된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목구멍 깊숙이>가 던진 사회·문화적 파문과 유산을 둘러보기 위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가 제작된다. 감독 제럴드 다미아노와 배우 해리 림스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6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르노 제작에서 <목구멍 깊숙이>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배경과 조직폭력과 관련된 배급체계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서부터 FBI의 수사과정과 표현의 자유와 외설의 범위를 놓고 벌인 지루한 법적 공방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현대사회에 던진 다채로운 담론에 대해 회고한다. 특히 페미니즘과 포르노그래피 사이의 논쟁의 십자포화에서 여배우 린다 러브레이스가 겪어야 했던 개인적인 고초와 순탄치 못했던 삶을 가족의 시선에서 회고하면서, 포르노 뒤에 숨겨진 개인의 비극에 대해 담담히 조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목구멍 깊숙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공식적으로는 아직도 미결임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포르노 업계를 대비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인간의 원초적 욕망 앞에서 얼마나 위선적이며 허위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극장 상영과 동일하게 NC-17 등급으로 출시된 DVD는 본편뿐 아니라 <목구멍 깊숙이>와 포르노그래피를 둘러 싼 논쟁의 여러 측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수 있는 다양한 부록으로 보강되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독립영화채널 <선댄스>를 통해 발표된 다큐멘터리 <데비 더즈 달라스를 밝힌다>는 포르노그래피를 홈비디오를 통해 집안으로 깊숙이 확산시키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영화 <데비 더즈 달라스>를 회고하고 있다. 약물중독으로 사망했다고 소문으로만 알려진 주연 여배우 밤비 우즈의 행적을 좇으면서 관련된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추억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인사이드 딥 스로트>와 더불어 포르노그래피 산업이 이제 자본의 영역을 뛰어넘어 문화의 영역에서 현대 소비문화의 한축으로 확고히 자리를 굳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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