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할리우드에 뛰어든 팝의 보티첼리, <핑크 팬더>의 비욘세 놀스
2006-04-15
글 : 김도훈

“너는 준비가 아직 안돼 보이는걸. 왜냐면 내 몸매는 너에게 좀 과할 정도로 풍만하거든.” 싱글 <Bootylicious> 중에서

비욘세 놀스와 스칼렛 요한슨을 보고 있노라면, 마침내 보티첼리의 미학이 할리우드로 회귀하고 있다는 예감이 든다. 거식증을 감기처럼 달고 사는 젊은 여배우의 시대. 겨우 스무살 초반의 놀스와 요한슨은 풍요로운 육체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거침없이 과시하고 나섰다. 물론 놀스의 오랜 팬들이라면 그가 2001년에 이미 <Bootylicious>라는 곡을 통해 여성의 곡선을 예찬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언급할 것이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압력을 행사하며 내게 다이어트를 권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18살에 불과했다. 다이어트에 신경쓰기보다는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인생을 즐길 나이 아닌가. 그래서 이 곡을 썼다. <Bootylicious>는 사람들이 ‘너 좀 통통한데’라고 말해도 신경쓰지 말라는 의미이며, 여성의 풍요로운 곡선미에 대한 예찬가다.” 이러니 <핑크 팬더>를 보는 그 누군들 비욘세가 살인범이거나 다이아몬드 도둑일 가능성에 신경을 쓰겠는가. 영화배우 비욘세 놀스에게 당당한 몸매는 거대한 자산이다.

“나는 살아남은 자야.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아. 나는 결코 멈추지 않아. 나는 더 힘을 낼 거야.” 싱글 <Survivor> 중에서

황금으로 칠해져 있는 듯한 비욘세 놀스의 음악 경력은 짧은 문장 속에 우겨넣을 수가 없을 정도다. 놀스와 친구들이 결성한 보컬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가 1998년에 첫 앨범을 발표한 이후,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15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치우며 역사상 가장 많은 판매고를 수립한 그룹 중 하나가 되었다. 게다가 놀스는 성공적인 그룹을 해체한 뒤 실망스러운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대다수 팝스타들의 함정에도 빠지지 않았다. 2003년에 내놓은 솔로 앨범 <Dangerously In Love>가 다섯개의 그래미를 휩쓸며 그를 새로운 시대의 디바로 추켜올린 것이다. 이러니 대체 뭐가 모자라서 영화판에 뛰어들었냐는 불평들이 무성한 것도 당연한 셈이다.

“연기를 시작한 것은, 내가 봐도 너무 야심적인 일이었다. 사실 나는 굳이 연기를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도전하며 뭔가를 배워가고 싶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다양한 것에 도전했던 선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나 다이애나 로스처럼 말이다.” 놀스는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절에도 커다란 가슴을 딱 붙는 의상으로 쥐어짜며 흔드는 흔해빠진 팝스타는 아니었다. 그는 이미 <Crazy In Love>나 <Survivor> 같은 히트곡들을 직접 작곡하고 음반 제작에도 참여한 재원이었다. 재능과 야심을 모두 갖춘 아름다운 소녀가 영화에 뛰어든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출연한 모든 영화들에서 조금씩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오디션장에 가면, 때로는 출연 기회를 얻지 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출연 기회를 얻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천천히 삶의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연기 학교를 다니면서는, 내가 영화계에 뛰어든 것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도 얻었다.”

“네가 나를 갖고 싶어한다는 걸 알아. 그러나 네가 좀더 갈구하게 만들어주겠어. 인내심을 가져야 해. 난 인내심이 강한 남자‘들’이 좋거든.” 싱글 <Check On It> 중에서

여전히 놀스를 배우라고 부르는 것에 겸연쩍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와 <핑크 팬더>의 놀스는 팝스타의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연장한 영화적 볼거리에 불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놀스가 “15살 때부터 출연하고 싶었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스>(빌 콘돈 감독)의 영화화에 목숨을 내바치듯 몰두하고 있는 것은, 다만 호사가들의 눈요깃거리에만 머무르지는 않겠다는 뚝심으로 느껴진다. 다이애나 로스풍 팝의 디바를 연기하는 뮤지컬이라. 매우 안전한 선택이지만, 이만하면 24살짜리 팝의 보티첼리에게는 할리우드의 고지대로 향하기 위한 완벽한 활주로가 되어줄 것이다.

사진제공 이십세기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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