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괴담이 있다. 한 청년이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는다. 날은 순식간에 저물고 그는 산속을 헤매다 작은 불빛 하나를 발견한다. 불빛을 따라 발길을 옮긴 청년은 모녀가 사는 집을 발견한다. 그는 딸에게 하룻밤 쉬어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잠자리에 들지만 새벽녘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깬다. 문을 살짝 연 그는 눈앞의 광경에 경악한다. 청순가련해 보였던 모녀가 입맛을 다시며 칼을 갈고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엔 아주 실해 보이던데. 맛있겠어!”
한없이 순하게만 보였던 그녀가 알고 보니 연쇄살인범이었다면, 한없이 자상한 그가 알고 보니 대책없는 마마보이였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설마했던 일들이 기어이 일어나는 곳이 또 세상 아닌가. 그래서 준비했다. 달콤한 그들의 살벌한 속사정을 파헤친 ‘엑스파일’을.
10위 <권태>의 시실리아(소피 길레망)
현재 위치: 17살 누드모델. 늙은 화가와 은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그가 죽자 40대 철학교수 마르땅(샤를 베를링)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 쾌락과 본능에 충실할 뿐 어떠한 도덕과 윤리에도 얽매어 있지 않다. 언뜻 보면 어리숙하고 순진한 듯하지만 남자 여럿 울렸다.
매력·재능: ★★★ 포근하고 편안하다. 열정적이고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섹스를 사랑한다. 재능도 있어 보인다. 들리는 소문에는 노화가가 그와의 정사 도중 죽었다고 한다. 몸짓, 손짓 하나로 마르땅을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한다. 자신에게 빠져 있는 마르땅에게 받은 돈으로 다른 남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올 만큼 수완도 좋다.
자기관리: ★★★★ 부와 명성을 가져다줄 결혼도 마다할 수 있을 만큼 철저하다. 부귀영화도 좋지만 본능에 충실한 삶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구속, 속박 이런 단어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소문: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남자 안 붙잡는다. 대시하라, 받아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책임지진 않는다나, 뭐라나.
위험도: ☆ 뭐든 대놓고 하는 편이라 적어도 뒤통수 맞을 일은 없다. 울화통은 좀 터질 거다. ‘무조건 사랑해’만 외치는 여자보다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녀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그녀는 세 남자, 네 남자도 거뜬하다.
9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네오(쓰마부키 사토시)
현재 위치: 회사원. 나름 대기업이다. 대학 시절엔 심야 마작 업소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었다. 잘생긴 데다 매너도 좋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모든 사람에게 지나치게 친절하다. 애인 입장에서 보면 친절함은 별로 좋은 덕목은 아니다. 굳이 딴 여자들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
매력·재능: ★★★★★ 반짝반짝 빛나게 잘생겼다. 뭐든 잘 먹고, 잘 웃는다. 성격도 얼굴만큼 착하다. 조제(이케와키 지즈루)의 까탈에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여자들의 이상형이다.
자기관리: ★★ 철저한 편. 우유부단한 남자들이 자주 빼먹는 현실성도 가지고 있다. 조제와의 사랑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불같던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현실이 치열하게 살아나가야 하는 것임을 깨달아서다.
소문: 조제와 헤어지고 바로 미모의 대학 동창과 사귄다는 말들이 있음. 둘이 커피숍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나 극장에서 데이트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됨. 얼굴값 제대로 하고 있음.
위험도: ★ 다소 우유부단한 편. 마음이 약해서 부탁을 거절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마음이 정해지면 한없이 냉정해진다. 잘해주던 사람이 갑자기 냉정하게 구는 것은, 원래 ‘4가지’ 없던 인간이 그러는 것보다 큰 상처를 준다. 그러고선 또 펑펑 우는 이중성도 가지고 있다.
8위 <네버랜드를 찾아서>의 베리(조니 뎁)
현재 위치: 오랜 무명 시절을 딛고 내놓은 작품 <피터팬> 덕분에 잘나가는 극작가가 됨. 시나리오 쓴답시고 밖으로만 돌아 이혼당함.
매력·재능: ★★ 아이들을 사랑한다. 아이와 동물을 사랑하는 이 중 악인은 없다지 않은가. 아이들과 해적선 놀이를 하는 모습은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남들에 대한 배려심과 이해심이 특히 깊다. 아내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도 볼 수 있었으면 별을 좀더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기관리: ★ 남들의 시선을 좀 의식해주면 좋으련만. 젊은 미망인 실비아(케이트 윈슬렛) 가족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의치 않는 대범함을 가졌다.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이기적인 남자다.
소문: 실비아와 불륜관계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하지만 실비아가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이들을 돌보기로 함.
위험도: ★☆ 직접적으로 위험한 인물은 아님. 하지만 그 옆에 있다간 속이 시커멓게 타버릴지도 모름.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이상적임. 예술가적 기질이 넘치고 넘쳐 거의 제로 수준인 현실감각을 가지고 있다.
7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비비안 리)
현재 위치: 세번 결혼했지만 결말이 모두 좋지 않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자신의 진짜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이건 예쁘다고 봐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매력·재능: ★★★★ 18인치의 허리에 커다란 눈, 새하얀 피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모습이다. 이성에 둘러싸여 모든 집중을 받아야 성에 찬다. 생활력 또한 강하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낸다. 갖고 싶은 것도 반드시 갖고 만다.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자기관리: ★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남자들이 웃음에 약하다는 것과 말만 많은 여자들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도.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모른다. 사랑과 집착도 구분하지 못하는 헛똑똑이다.
소문: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명언을 남기고 고향 타라로 사라짐. 이후 행방은 묘연하나 진짜 사랑 레트(클라크 게이블)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설득력 있음.
위험도: ★★ 독하다. 잘못 걸렸다간 제 명대로 못 살지도 모른다.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전남편 둘이 모두 죽었다. 결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상대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한다면 자신을 잘 살펴봐라. 잘생겼는지, 돈이 많은지,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등.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진심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쥐구멍 인생에도 볕이 든 거다.
6위 <달콤한 백수와 사랑만들기>의 트립(매튜 매커너헤이)
현재 위치: 요트 판매원. 35살. 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음. 당분간 아니 되도록이면 평생 부모와 함께 살길 원함. 효심이 지극해서는 절대 아니고 오로지 편하기 때문. 자신의 인생에도, 여자들에게도 책임지길 싫어함.
매력·재능: ★ 겉모습만을 평가한다면 별 네개 이상을 받을 수도 있을 듯. 적당히 벌어진 어깨와 근육, 구릿빛 피부는 많은 여성의 마음을 앗아가기 충분하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는 별 하나를 주기도 아깝다. 청소, 정리정돈, 남과의 의사소통에 모두 재능이 없다. 얼굴 뜯어먹고 살 생각이 아니라면 매우 ‘비추’.
자기관리: ★★★★ 착한 외모로 꽤 많은 여자들을 울렸음에도 이렇다할 나쁜 소문이 없는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여자와 심각한 관계는 원하지 않지만 사귀는 동안 그들이 원하는 것은 대체로 해주는 편이다. 이별도 억지로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론 상대의 선택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말이 나올 이유가 없다. 마마보이라는 소문이라면 몰라도.
소문: 요새 남자 길들이기 전문 컨설턴트 폴라(사라 제시카 파커)와 만나 조금씩 철들고 있다고. 부모의 집에서 나와 독립했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있음.
위험도: ★★☆ 매너남에 만능 스포츠맨이기까지 하니 그와의 데이트는 황홀 그 자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발전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만날 같은 자리만 맴도는 데이트가 즐거울 리 없다. 게다가 이 남자가 상대를 거절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란 것이 참으로 못됐다. ‘난 이런 깊은 관계는 싫거든!’ 한마디면 될 것을 집으로 초대해 부모에게 악역을 맡긴다. 철들려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