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내 첫 번째 인터뷰와 두 번째 인터뷰 대상은 이름이 똑같았다. 권상우와 이상우. 한명이 이른바 톱스타라면 다른 한명은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신인이다. 이름 외에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영화 <청춘만화>에 나왔고, 둘 다 잘생겼다(!)는 것. 멋진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달콤한 일이지만, 인터뷰의 일차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그것을 기사라는 형태로 가공해내는 것에 있기에, 고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상우의 경우,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내가 뭐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어?’류의 회의적인 생각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스타잖아. 다 아는 얘기를 재생산할 뿐이라고.’ 인터뷰 기사를 한번 써보지도 않은 초짜는 사치스런 고민으로 가득 찼다.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저 말이 끊기지 않게 하는데 모든 신경을 기울여야 했지만…. 때문에 두 번째 상우, 신인 이상우를 만나게 되었을 땐 의욕이 불끈 솟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거꾸로,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내가 쓰는 글이 사람들에게 이상우라는 이의 인상을 결정지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글 한줄을 쓰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떠올랐다. 잡지 기자가 되기 전 나는 1년여를 TV카메라 기자로 활동했는데, 여자 카메라 기자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드물어서 나를 취재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터뷰에 응했던 나는 며칠 뒤 기사를 읽고 불쾌감에 사로잡혔다. 글에 따르면 나는 금녀의 영역에서 차별에 분노하는 일종의 ‘여전사’였다. 그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가 지나가듯 던져놓았던 말들이 한껏 과장된 채 인용부호 안에 담겨 있었다. 글쓴이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흥미로운 기사를 쓰기 위해 나라는 재료를 이용했을 뿐 나에 대한 기사를 쓴 것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물론 기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길어야 한두 시간뿐이고, 누군가에 대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풀어놓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고민은 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고민이 때로는 덜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다줄지라도 말이다. 신참 기자의 고뇌는 오늘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