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들)>는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남녀가 떠난 1박2일간의 여행을 그린 영화다. 여행 내내 함께하기는 하지만 둘 사이는 계속 어색하다. 서로 적절한 말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만들어가는 남녀의 여정은 이 영화 자체의 연출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남자가 김포공항에서 여자를 차에 태우는 영화의 첫 장면은 실제로 여자배우인 박명신을 2시간 동안 기다리게 했고, 횟집 시퀀스는 실제 손님들이 있는 장소여서 배우들의 대사보다 주위의 소음이 더 크게 들린다. DV 카메라의 오토 포커스 기능 때문에 얼굴의 포커스가 종종 나가는 컷들은 다른 영화라면 여지없이 잘렸겠지만 감독은 오히려 마음에 든다며 그대로 썼다.
동작 리액션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테이크가 늘어진 컷이나 음질이 떨어지는 데모 버전을 그대로 사용한 스코어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없이 상황만 주어진 장면을 촬영하며 배우들은 자연인과 캐릭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경험했지만, 오히려 감독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짜 내 영화다’라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즉흥성과 리얼리티를 중시한 연출과 편집, DV 카메라의 기동성을 잘 활용한 촬영 등 <낙타(들)>는 ‘작은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매력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감독은 연출자라기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 두 배우에게서 소감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음성해설을 진행했고, 덕분에 진솔하고 생동감있는 대화가 이어진다. 결과는 영화 속의 ‘자연스러운 어색함’ 또는 ‘어색한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