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단편애니 축제, CGV한국단편애니메이션영화제2006
2006-04-20
글 : 주도연 (자유기고가)

국내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단편 작품들로만 구성된 상영전이 열린다. 오는 4월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열리는 CGV한국단편애니메이션영화제 2006이 바로 그것. CJ CGV,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키즈’, ‘CGV’, ‘매니아’ 3개 섹션으로 나눠 총 26편의 단편애니메이션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은주 외 6인이 만든 <초혼>, 박기완 감독의 <형이상학적 나비효과의 예술적 표현> 등 국내외 애니메이션 행사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 이번 행사의 주요 상영작이다.

<스페이스 파라다이스>

상영작 대부분이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 입소문을 거친 수작들이지만, 이중 눈에 띄는 작품은 ‘매니아’ 섹션에 자리잡은 이명하 감독의 <스페이스 파라다이스>. 쉽게 사용하기 힘든 밝은 유채 계열의 색상을 작품 전체에 걸쳐 능숙하게 사용하는 탁월한 색감, 캐릭터나 소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디자인 센스는 작품을 보는 내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시각적인 매력을 끌어내는 감독의 역량뿐 아니라 16분이라는 시간 동안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 역시 돋보인다. 두 로봇의 등장과 소품들을 통한 상황 설명, 주인의 등장과 주인이 떠나가기까지 일련의 시퀀스들이 이야기에 맞춰 안정적인 배합을 보여준다. 1999년 발표한 <존재>(existence)로 히로시마애니메이션페스티벌뿐 아니라 각종 애니메이션 상영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이명하 감독은 근무 중이던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휴직까지 신청한 채 <스페이스 파라다이스>의 제작에만 몰두했다고. 그가 이 작품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흔적들은 프레임 곳곳에서 훌륭하게 배어나오고 있다.

CGV 섹션에서는 실사(라이브 액션)와 애니메이션, 사진과 셀의 이미지를 조합한 박기완 감독의 <형이상학적 나비효과의 예술적 표현>이 웃음을 전해준다. 24분이라는 (단편애니메이션치고는) 긴 시간 동안 지루함없이 코믹한 긴장감을 이어가는 감독의 순발력이 돋보인다.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마장박’이라는 펜네임으로 활동하는 만화가이기도 한 박기완 감독은 큰 머리, 가는 팔과 다리로 표현된 인물들의 독특한 데포르메를 사용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춘기 소년의 고뇌와 성장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그외에도 스크린이라는 2차원 공간과 그 속에 펼쳐진 3차원 공간의 이질감을 기묘하게 끌어낸 유석현 감독의 CG애니메이션 <The Chamber>, 보는 이를 섹슈얼한 환상에 젖게 만드는 박용제 감독의 컷아웃애니메이션 <Why Not Community>, 거품이라는 이미지로 구현된 다양한 소리의 움직임을 담은 허세황 감독의 CG애니메이션 <Bubble> 등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한 작품들이 3개의 섹션 곳곳에 포진해 있다.

아직까지 단편애니메이션을 본다는 것은, 특히 국내 감독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EBS의 방영을 기다리거나 영화제의 애니메이션 섹션 혹은 눈에 띄지 않는 애니메이션 행사들을 찾아다녀야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국내의 단편애니메이션들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만난다는 점은 이번 영화제가 지닌 커다란 매력이다. 게다가 상영작 전부 디지털 후반 작업을 거쳐 HD 영상으로 디지털 상영된다는 점 역시 참기 힘든 유혹. 섹션당 단돈 3천원에 만날 수 있다니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