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니 핑크>(1994)로 대중적 호응과 컬트적 인기를 동시에 얻은 독일 여성감독 도리스 되리가 2005년작 <내 남자의 유통기한>을 들고 서울여성영화제를 찾았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그림 형제의 동화 <어부와 그의 아내>를 현대식으로 각색한 영화로, 사회적 성취욕이 없는 남자와 야심찬 그의 아내가 티격태격하면서 함께 살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4월7일 신촌 아트레온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도리스 되리 감독은 영화감독, 소설가, 오페라 연출가, 교수, 아내이자 엄마로 사는 삶이 오히려 현실에 기반을 둔 영화를 찍게 도와준다고 밝혔다. 너무 자신만의 속도로, 지나치게 빠른 삶을 살아가는 여자주인공이 등장하는 <내 남자의 유통기한>이 여성에게도 반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도리스 되리 감독은 “남녀가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 역시 현재 영화제작자로 일하고 있는 남편과 아이를 위한 시간을 내기 위해 끝없이 조율해가며 살고 있다고 대답했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남성에 의존해야 했던 시대는 끝났다. 남녀관계에는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변화가 왔지만 현재 여성은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남자는 그런 여성에게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독일에 나타나고 있다. 남녀가 춤을 추듯이 서로의 리듬에 맞춰가야 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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