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라는 말을 폭넓게 ‘어린 영혼이 방황하는 시기’라고 썼을 때 온주완은 여전히 사춘기를 앓고 있다. 온주완은 <발레교습소> <태풍태양>에서 춤을 추고 싶다는 꿈 하나에 방황하는 청춘의 얼굴을 그렸다. 그의 첫 주연작 <피터팬의 공식>에서도 온주완의 성장통은 여전하다. 아니 훨씬 지독하다. 조창호 감독의 데뷔작 <피터팬의 공식>은 엄마와 단둘이 사는 고3 소년 한수의 우울한 성장영화다. 수영선수를 꿈꾸던 한수는 어느 날 느닷없이 꿈을 포기하고 식물인간이 돼 누운 엄마 간호에만 하루하루를 보낸다. <피터팬의 공식>은 소년이 가진 모성애의 결핍을 건조하고 잔인하게 들여다본다. 그는 꽤 대담한 청춘이기도 하다. <피터팬의 공식>은 대사가 드물고 사건이 드라마틱하지 않아서 배우에게는 좀더 섬세한 표현력을 요구한다. 전신 누드에 자위장면까지 들어가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온주완에게뿐 아니라 연기를 하는 그의 주변 친구들에게도 갔다. “다들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영화가 세서 겁내는 사람도 있고, 몸 생김도 안 좋은데 어떻게 벗냐, 인디영화라서 어렵겠다.” 친구들이 고사하는 것을 보면서 온주완은 함께 움츠러든 것이 아니라 모험심을 냈다. 너희들 못하겠니? 좋아, 내가 한번 해볼게.
이 영화의 촬영 기간 중에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촬영이 겹쳤더랬다. 서울과 강원도를 일주일에 두세번씩 오가야 다. “체력이 극한에 달하니까 느끼는 게 많더라고요. <피터팬의 공식> 끝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내가 못할 게 없겠다. 못 찍을 영화도 없겠다. 여기서 벗어봤자 얼마나 더 벗고, 바닷물에 빠져봐야 얼마나 더 깊이 빠지겠어. 서울과 지방 왔다갔다해봐야 얼마나 더 왔다갔다하겠어.” 감정의 소모도 컸다. 하루는 한수의 감정 극한을 경험하고 그 다음날은 평온한 감정을 유지해야 하고, 다시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피터팬의 공식>이 거의 끝날 무렵, 숙소에서 쉬다가 호형호제하는 류승범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 나 외로워요. 투정을 하려고 보낸 문자였다. 답문이 왔다. 주완아, 더 외로워봐도 돼. “지금 나 안 외로운 거구나. 앞으로 더 외롭고 슬프고 괴로울 때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온주완은 지난 2년간 휴학하고 쉴새없이 일을 해왔다. 서울예대 입학하고나서 그는 “이 학교 들어왔으니 이제 나는 연예인이구나” 하는 철딱서니없는 생각에 목을 빳빳이 세우고 다녔다 한다. 이 길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그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류승범, 황정민 주연의 <사생결단>에 류승범의 중요한 파트너 역으로 참여한 그는 <사생결단>의 작업이 “내 개런티를 두배로 돌려주고라도 다시 찍을 수 있을 만큼” 공부가 되었다고 했다. 철없던 시절을 지나 인간 온주완은 사춘기를 다 끝낸 것일까.
그는 별을 좋아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하늘 너머에 있는 것들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아서 한때 공상과학과 우주과학 상식에 푹 빠져 있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별이 현재일까요, 과거일까요, 미래일까요.” 당연히 틀린 대답을 듣겠거니 예상하고 그는 기자에게 문제를 냈다. 기자는 답을 알고 있었다. 몇만 광년을 떨어진 별이 햇빛을 반사해 우리에게 보내는 빛은 수만년, 수십만년 전의 것이다. 어젯밤 우리가 본 별들 중 어떤 것은 그저께 밤 이 우주에서 소멸했는지도 모른다. 온주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배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들이 보기에 자신이 행복하지 않고, 자신이 아무 행복도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미련없이 소멸해버릴 것이라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쌓아온 춤실력 때문에 캐스팅되었던 <발레교습소> 때 그는 카메라의 포커스가 주연배우 윤계상에게만 향하는 것을 지켜봤다.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스탭이 줄자를 뽑는데 츠르륵 츠르륵 소리가 났다. 어느 날 그 줄자 소리가 그의 코앞에서 들렸다. 너무 좋았다. “지금도 좋고 앞으로도 좋을 거예요.” 그를 행복하게 하는 그 소리 때문에 온주완은 연예인이 아닌 배우가 되기로 했다. “다 마찬가지잖아요. 작은 일이라도 거기에서 행복을 느끼면 사람은 그걸로 만족하고 그 행복을 위해 사는 거예요.” 그의 작은 두눈이 소년처럼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