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들이 대거 브라운관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TV시리즈 파일럿 에피소드를 연출한 감독은 스파이크 리와 제임스 맨골드, 프랭크 다라본트, 배리 소넨필드, 브루스 베레스퍼드 등으로 어느 해보다 많다. 파일럿 에피소드는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에 시청자의 반응과 작품의 완성도를 시험해보는 자리. 베레스퍼드와 작업한 <CBS> 부사장 마리아 크레나는 “영화감독들은 스케일이 크고 비주얼이 영화적인 에피소드를 만들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일럿 에피소드 제작은 영화감독에게도 이익이다. 파일럿 에피소드는 시리즈의 방영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예산과 창작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는 편이다. 영화감독은 흥미로운 캐릭터가 이끄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영화 제작기간보다 훨씬 짧은 6주 안에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TV시리즈가 시트콤 일변도에서 벗어나 장르를 넓혀가는 경향도 영화감독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TV 감독들을 관리하는 어느 에이전트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CSI>가 그 시작이었다고 지적하며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모두 브룩하이머를 쫓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익도 무시할 수는 없다. 파일럿 에피소드 연출료는 중견 감독의 경우 25만달러 정도. 그러나 시리즈가 방영되면 그 이후 에피소드를 한편도 연출하지 않더라도 제작자 직함을 얻을 수 있고, 회당 1만5천에서 3만달러에 이르는 보너스를 받게 된다.
그러나 방송사와 영화감독이 만난다고 하여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더그 라이먼이 연출한 <NBC>의 <하이스트>는 에피소드 5편을 방영한 다음 조기종영됐다. 시청자들은 유명한 감독이 아닌, 재미있는 드라마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