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5일 오후2시 서울 CGV용산에서 차승원, 조이진, 심혜진이 출연하는 <국경의 남쪽> 시사회가 열렸다. <장미와 콩나물> 등을 만든 방송사 프로듀서 출신 안판석 감독의 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은 가족과 함께 탈북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담는다. 선호(차승원)는 가족과 함께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남한으로 떠나면서 사랑하던 연인 연화(조이진)와 이별한다. 그는 연화에게 사람을 보내 꼭 남한으로 부르겠다고 약속한다. 극적으로 남한으로 건너온 그는 연화를 탈북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만다. 몇년 뒤 연화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남한 여성 경주(심혜진)를 만나 부부가 된다. 그렇게 남한 생활에 거의 적응하고 있던 선호는 어느날 연화가 탈북해 남한에 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국경의 남쪽> 100자평
탈북자들의 어려운 삶을 그리는 사회드라마나 탈북을 선택하는 북한 주민들의 처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이야기가 아니라 세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 쪽에 가까운 영화. 시간차로 탈북한 남녀, 그리고 먼저 탈북한 남자의 아내, 이들의 삼각관계는 그리 낯설지 않다. <국경의 남쪽>은 이러한 소재가 가진 신파성을 숨기지 않은 채 절절한 사랑의 깊이를 평면인 스크린 위로 투영한다. 지나치게 잦은 플래시백이 드라마의 흐름을 가로막곤 하지만, 세상의 주류에서 벗어난 이들의 축축한 사랑이야기는 가슴까지 적시기에 충분해 보인다. - 문석 <씨네21>
사랑하는 연인이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나지만, 엇갈린 운명으로 다시 맺어질 수 없는 것. 이거야 말로 '멜로의 고갱이'렸다? 그런데 50년대에야 전쟁을 소재로 삼는다지만, 평화시에 그런 이야기를 짜내기가 어디 쉬운가? 60년대엔 <미워도 다시한번> 처럼 결혼제도가 장벽이 되는 이야기도 나오고, 근래엔 <가을동화>처럼 근친이 소재가 되거나 <겨울연가> 처럼 기억상실증이 소재가 되기도 하며, 최근엔 <도마뱀> 처럼 도무지 현실성 없는 숨바꼭질도 나오는 추세이고 보면, 평화시 순정멜로 짜는 것이 녹녹치 않음은 분명한 일일 터. 그런데 정말 눈을 돌리면 순정멜러의 청정지역이 있다. 헐리우드가 <브로크 백 마운틴>에서 동성애라는 청정지구를 발견한 반면, 충무로는 탈북자라는 맑은 샘을 찾았다. 탈북자는 모두 엄청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사선을 넘은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의 사연에 귀기울이며 그 순정에 기대어 마음을 적시려던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즈음 카타르시스 이상의 각성을 요구받는다. 남한사회 소수자인 그들을 이웃으로 품고 있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