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스콧 맥기와 데이비드 시겔은 그리 만만한 감독이 아니다. 두 사람은 십여년 동안 세편의 영화를 공동 연출하면서 ‘가족 게임과 정체성’이라는 일관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에드 우드와 막스 오퓔스 영화의 자장 아래 위치한 <봉합>과 <딥 엔드>의 주제인 ‘위기에 빠진 가족의 길 찾기’는 두 사람이 타인의 각본으로 처음 작업한 <다섯 번째 계절>에서도 유효하다. 지적인 부모과 똑똑하고 예쁜 두 아이, 영화엔 겉으로 보기에 부러움을 살 만한 가족이 등장한다. 종교학 교수로서 카발라 신비주의에 심취한 남자는 평소 문자 속에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다고 믿던 중 딸에게서 비범한 재능을 발견한다. 그러나 철자법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는 딸을 통해 신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그를 점점 조용한 독재자로 만들어나가고, 부서진 세상을 다시 결합시키기 위해 빛을 열망하는 네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내부로부터 붕괴하기 시작한다. 각자 답을 찾아나서는 걸 도와주는 상담역으로 남는 <다섯 번째 계절>은 은밀한 드라마 속에 심오한 주제를 숨겨둔 작품이다. 감독이 원했던 바 히브리 신비 철학이나 어려운 철자를 몰라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놀라운 연기의 플로라 크로스와 아름다운 세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영화다. 행여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부록은 주제에 대해 종교적으로 접근한 ‘영화의 에센스’(7분), 배우들이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는 메이킹 필름(6분, 사진), 음성해설이 지원되는 6개의 삭제장면(6분) 등으로 단출하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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