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재수생의 강박, 공포가 되다, <어느날 갑자기> 촬영현장
2006-05-01
글 : 박혜명
사진 : 이혜정

“오늘 흘린 침은 내일 흘릴 눈물이다.” 생소한 격언이 책상 앞에 붙어 있다. 공포연작영화 <어느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 중 2편 <D-day>의 공간은 대입 재수생들을 위한 기숙학원이다. 4인용 침실 겸 공부방과 복도, 교실 등이 대전영상특수효과타운 내에 지어졌다. 2층 침대는 안락하기보다 싸늘하게 생겼다. 아래칸에 룸메이트 네명이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앉아 소곤거린다. “대학 가면 뭐하고 싶어?” “얼굴 다 고치고 지방흡입할 거야.” “왜 재수했어?” “우리 집은 최고가 아니면 안 되거든.” “정말 공부는 왜 하는 걸까?” 각자 개성을 가진 네 캐릭터들은 지극히 입시생다운 대화를 나눈다. 장편 데뷔를 치르는 김은경 감독은 “<여고괴담> 시리즈에 의지한 것은 아니다. 여고생들의 감성에 애초 관심이 많았고, 기숙학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비현실성에 굉장히 끌려 이 대본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착상 계기는 몇년 전, 원생들 대부분이 사망했다는 모 기숙학원의 화재 기사다.

HD프로젝트라고 해도 현장이 그리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1등 강박증에 시달리는 은수(김리나)가 한밤중에 악몽을 꾸다 깨는 장면에서 얼굴 클로즈업을 들어가는데 방 세트가 좁다보니 앵글 잡기가 난감하다. 기껏 세팅을 마쳐놓고 카메라와 조명과 스탭들이 우르르 이동한다. 은수 역의 김리나는 결국 침대 위에 가로로 눕게 됐다. 얼굴 위로 콘트라스트 강한 조명이 떨어진다. 복도에서 모니터 중인 감독은 많은 디테일을 지시한다. “은수 머리카락을 더 흩뜨려봐”, “은수 눈가가 너무 멀쩡해. 붉은색 섀도를 칠해봐”, “은수야, 지금보다 호흡을 더 줘. 더 긴박하고 괴로운 느낌으로”, “은수야, 눈을 딱 떴을 때 눈빛이 지금보다 더 슬퍼 보여야 돼”. 오케이가 쉽게 나지 않는다. 감독은 이 영화가 “디데이를 맞아야 하는 사람들을 억누르는 심리적인 공포”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신인급 배우들을 데리고 28일 20회차 촬영하는 일정은 빡빡하기만 하다. 현장공개날인 4월17일이 10회차였다. “자나 깨나 하루종일 연기 고민”이라는 이은성, 유주희, 허진용 등 남은 룸메이트 3명은 감독 주변에 앉아 강리나의 연기를 화면으로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는 유일한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안병기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 3편과 4편도 각각 1개월 내로 촬영을 마친 뒤 7∼8월 중 TV와 극장에 비슷한 시기 개봉할 예정이다. 편당 순제작비 6억원이며, SBS와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투자했다.

보람(이은성)
은수(김리나)
유진(윤주희)
다영(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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