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코믹하지만 왠지 서글픈,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게 아니었어>
2006-04-28
글 : 오정연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게 아니었어 Not Exactly the Life I Dreamed of
감독 미쉘 피콜리 | 프랑스 | 2005년 | 75분 | 시네마스케이프

언제나 슬픈 표정으로 남편을 좇는 아내는 남편이 식사하는 접시에 이런 문구를 남긴다. “두 명의 여자가 있는 남자는 영혼을 잃을 것이다.” 아내와 정부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남자가 맞닥뜨리는 이상한 결말을 다룬 미쉘 피콜리 감독의 본업은 배우. 고다르의 <경멸>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2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루이스 브뉘엘, 코스타 가브라스, 알랭 레네, 아녜스 바르다, 르네 클레망, 클로드 샤브롤 등의 거장과 작업한 바 있다.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는 <어둠 속의 도약>(1980)으로 칸영화제, <이상한 사건>(1982)로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피콜리의 다섯번째 연출작이다. 본가와 정부의 집을 모두 관리하느라 누구보다 분주한 가정부의 표정은 능청스럽고, 무뚝뚝한 부부의 식사 도중 들려오는 전쟁터 소리는 알고보니 TV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며, 아내와 정부의 대조적으로 과장된 행동들은 코믹하지만 왠지 서글프다. 상황과 캐릭터, 음향과 미술 등 영화 속 모든 요소들은 그가 출연했던 브뉘엘이나 고다르 영화로부터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언어로 녹여낸 피콜리는 자신이 감독의 도구처럼 소비된 배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