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오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개막식 리허설이 한창이다. 무대 뒤편에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조재현, 현영이 그들의 몫을 준비하고 있다. 귀여운 수선스러움이 트레이드 마크인 현영. 그러나 잠깐 엿본 그의 태도는 조용하고 똑부러진다. “여기 제 멘트만 적혀 있는데요, 상대방 멘트도 같이 주셔야 해요. 그래야 어떻게 짝을 맞출지 생각하죠.” 영화제 스탭에게 건네받은 사회자 멘트를 본 그가 곧장 옳은 지적을 한다. “그래! 누가 이런 거야? 그리고 글씨는 왜 이렇게 커요? 내가 할아버지인 줄 알아?” 조재현이 화가 난 듯 목소리를 꾸며대며 맞장구를 친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는 전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영화들과 접할 수 있게 하는 자리구요.” “세계적인 영화제에 불러주신 것도 영광인데 사회를 맡겨주셔서 기쁘고 설레요.” 조재현과 현영이 각각 소감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전주와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다. 조재현은 4년 전에도 이 자리의 사회를 맡았고, 얼마 전 개봉했던 <로망스> 촬영 때도 전주에서 두달여간 시간을 보냈다. 현영은 모델로 활동할 당시, 전주 한지 축제 패션쇼에 섰단다.
오늘 무슨 의상을 준비했냐고 물으니 현영이 옷걸이를 가리킨다. 기자가 입었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쓸, 길고 긴 검정 드레스가 걸려있다. 그녀의 훤칠한 키가 조재현은 영 부담스럽다. 사회자 자리에 발판 좀 놔 달라는 둥, 농담 반 진담 반 걱정을 토로하던 조재현은 무대에 올라 애드리브를 날린다. “슈퍼 모델 출신의 미녀가 10센티미터나 되는 하이힐을 신다니, 그 옆에 있는 남자의 마음을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현영이 특유의 말투로 되받아친다. “어머, 이렇게 늘씬한 미녀가 옆에 서 있으니 얼마나 뿌듯하세요.” 척척 맞아떨어지는 두 사람의 호흡은 약간의 키 차이를 메우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