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야나기마치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 <까뮈따윈 몰라>
2006-04-29
글 : 정재혁

까뮈따윈 몰라 Who’s Camus Anyway?
2005/ 야나기마치 미츠오/ 일본/ 115분/ 시네마스케이프

고다르와 베르톨루치, 그리고 까뮈. 영화 워크숍 작품을 준비하는 문학부 학생들은 쉴새없이 서양 영화감독과 작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범위도 대중이 없어서 트리포에서 타란티노를 오간다.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은 서양의 영화와 문학을 무의식적으로 흡수하는 일본의 현재 젊은이들에게서 불안을 잡아낸다. 극중 영화감독 마츠카와, 어시스턴트인 히사다, 주연배우 이케다 등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문제를 가지고 있다. 마츠카와는 복잡한 여자 관계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히사다는 남자친구가 멀리 떠난 사이 다른 두 남자와 키스를 하게 되면서 고민에 빠진다. 여자같은 복장을 즐겨입는 이케다는 연기에 대한 감독과의 의견차로 힘들어하고 문학부 교수 나카조는 남몰래 여학생을 훔쳐본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영화속 내용처럼 점점 미묘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고, 영화는 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불의 축제> 이후 10년만에 작품을 내놓은 야나기마치 감독은 극중 영화 촬영 장면속에서 미묘한 긴장을 발견한다. 현실이 아닌 픽션을 연출하는 것,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잠재된 그 무언가를 표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들은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특히 카메라 이편과 저편의 공간이 혼란속에 교차되고, 시점이 하나로 일치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핏빛 색감의 영상과 효과적인 사운드 사용이 돋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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