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아름다운 천연>의 츠보카와 다쿠시 감독
2006-04-29
글 : 정재혁
사진 : 이혜정

1995년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 츠보카와 다쿠시 감독은 동네에 유일했던 극장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다쿠시 감독은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추억의 건물이 그렇게 철거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했고, 이를 필름으로라도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2005년, 10년에 거쳐 그 영화관을 담은 영화 <아름다운 천연>이 완성됐다. 기찻길, 낡은 건물, 바람과 시냇물 등, 다쿠시 감독은 사라져가는 것들, 이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담아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오늘, <아름다운 천연>은 과거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 시작 부분에 무성영화 <아름다운 천연>을 삽입했다. 이 영화는 직접 찍은 것인가, 아니면 원래 있던 영화를 차용한 것인가.
=내가 직접 찍었다. 철거 위기에 놓인 극장을 소재로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하고, 그 영화관을 들어간 순간, 무성영화의 줄거리가 딱 떠올랐다.

-무성영화 형식을 사용한 이유는 뭔가.
=나의 데뷔작인 <12월의 세발 자전거>도 무성영화다. 내가 무성영화 형식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그냥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성영화는 라이브 공연 같은 느낌이 있다. 매번 연주할 때 마다 라이브 공연의 느낌이 달라지듯이, 무성영화도 상영할 때 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또 요즘 영화들은 간혹 대사들이 너무 길고 설명적일 때가 있다. 무성영화는 일단 대사가 적기 때문에 관객에게 감상의 여지를 더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영화관이 어린 시절부터 봐오던 곳이라고 했다. 그 영화관에 관한 추억이 있나.
=나는 18살이 되던 무렵, 도쿄에 올라올 때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적이 한번도 없다. 동네의 그 영화관은 이미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폐쇄되어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니 관객이 오지 않았고, 그래서 폐쇄됐다고 들었다. 그래도 그 주인 아주머니는 영화관에 대한 애정이 매우 컸고, 영화관을 자신이 살아있을 때까지는 철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95년 지진이 있었고, 그 여파로 극장의 많은 부분이 부숴졌다. 그래서 결국 철거를 한다고 하더라. 근데 그렇게 오래된 건물들이 사라져간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다. 그 곳에서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그 곳을 어떻게든 담고 싶었다.

-영화 <아름다운 천연>에는 사라져가는 것들과 과거에 대한 연민이 강하게 드러난다. 당신에게 과거란 어떤 의미인가.
=최근에는 건물들이 너무 빨리 세워지고, 없어진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빨리 빨리 진행되는 것 같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나는 이런 것들을 담아내는 것에 흥미가 있다. 이것이 내 영화의 테마이기도 하다.

-1996년 촬영을 시작해,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돈이 없어서 그랬다.(웃음) 많은 배우, 스탭들과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은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배우와 스탭들이 노는 날만을 이용해 영화를 찍었다. 그것이 영화 촬영을 더디게 한 이유다. 아, 벚꽃이 만개한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3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촬영을 하다 보니 비교적 호화롭게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최소한 시간에 쫓기진 않았으니까. 물론 돈만 많았다면, 이 모든 걸 3개월 안에 완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배우로 활동했다. 어떤 계기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나.
=나는 영화학교를 다니지도 않았고, 전문적으로 영화를 공부한 적도 없다. 혼자서 독학한 셈이다. 배우 시절,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럼에도 나는 현장에서 스탭들에게 ‘이렇게 하죠, 저렇게 하죠’ 라며 참견을 잘 하곤 한다. 한번은 내가 카메라 감독한데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근데 그 감독이 버럭 화를 내면서 ‘그럼 너가 찍어!’라고 하더라. 그래서 ‘뭐 내가 한번 찍어보지’하는 생각으로 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다음 영화로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나.
=피아노 고치는 남자가 자신이 예전에 연주했던 피아노를 찾아 돌아다니는 로드무비다. 내년에는 꼭 크랭크인 할 예정이다. 뭐 이렇게 말해도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오래된 건물들을 많이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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