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 Everything Is Illuminated
리브 슈라이버 | 미국 | 2005년 | 106분 | 영화궁전
유대인들의 박해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가.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유대인 집단학살 사건을 배경으로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다. 작가인 조나단(엘리야 우드)은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남긴 사진 한장에 사로잡힌다. 사진 속 주인공은 이미 고인이 된 조나단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미국 망명을 도와준 소녀 어거스틴이다. “할아버지가 당시 망명하지 못했다면 그곳이 내 고향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조나단은 할아버지의 은인 어거스틴을 만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그를 목적지까지 안내해줄 여행사 직원 알렉스(유진 허츠)와 운전기사인 그의 할아버지를 만난다. 이제 조나단은 미국을 동경하는 젊은이 알렉스, 스스로 눈이 멀었다면서도 태연스럽게 운전을 하는 괴팍한 성격의 할아버지, 그리고 정신이 살짝 나간 강아지와 함께 낯선 곳 트라침브로드로 떠나야 한다.
일종의 로드무비에 해당하는 이 영화의 미덕은 묵직한 주제와 가슴 시린 사연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난생 처음 채식주의자인 조나단을 만나 퉁명스레 감자를 내놓는 식당 주인을 비롯해 곳곳에서 만나는 우크라이나 시골 사람들의 모습은 뜨악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드넓은 평원이나 해바라기 밭 등 묘한 외로움을 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풍광 또한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미국 작가 조나단 사프란 포어의 자전적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맨추리안 캔디데이트> 등에 출연한 배우 리브 슈라이버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