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음악영화인 동시에 성장영화, <하바나 블루스>
2006-04-30
글 : 김나형

하바나 블루스 Habana Blues
베니토 잠브라노 | 스페인, 쿠바, 프랑스 | 2005년 | 110분 | 영화궁전

음악이 곧 생활인 쿠바에는 재능있는 뮤지션들이 넘치지만 산업으로서의 음악은 없다. 대중적으로 성공하려면 유럽 시장에 진출해야만 하는 쿠바 뮤지션들의 상황을, 감독 베니토 잠브라노는 따뜻하게 그려낸다. 밴드의 리더인 루이와 티토는 오랜 지기다. 꿈꾸던 유럽진출을 앞두게 되지만 무명인 그들에게 제시된 계약 조건은 열악하다. 루이는 계약을 않겠다고 돌아서고, 쿠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티토는 계약이 깨졌음에 불같이 화를 낸다. 밴드를 떠나 혼자 스페인행을 결심하는 티토. 티토 없는 콘서트를 준비하는 루이. 다른 한편에선 아내와의 이별이 루이를 기다리고 있다.

<하바나 블루스>는 음악영화인 동시에 성장영화다. 쿠바의 색감으로 칠해진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선사하는 가장 큰 기쁨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에 그치지 않는다. 쿠바의 젊고 펄떡이는 음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현실이다. 주인공들은 현재에 머물지 미래로 향할지 택해야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미래를 택하면 오랫동안 의지해 온 이들과 이별해야한다. 현재는 언젠가 해결해야만 할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이 헤어지지 않길 바라는 게 보는 이의 바람이겠지만, 영화는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도 뭉클한 감동을 끌어낸다. 미봉책으로 이별을 유보할 수도 있으련만 주인공들은 정면으로 문제에 부딪힌다. 각자가 선택한 이별 앞에서 이들은 아린 마음을 여미며 서로의 앞날을 응원한다. 헤어짐의 말은 나누지 않는다. 붉어진 눈에 웃음을 머금고, 아내와 남편은 포옹하고 오랜 지기는 어깨를 두드린다. 그리고 한마음이 되어 마지막 콘서트를 불태운다. 쿠바인들의 건강한 생명력은 보는 이의 가슴에도 힘을 불어넣는다. 따로 걷는 걸음이 쓸쓸해 보이지만 빛나는 과거는 그들에게 늘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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