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현대 발리우드 영화의 장르적 클리셰, <비르와 자라>
2006-04-30
글 : 오정연

비르와 자라 Veer-Zaara
야시 초프라 | 인도 | 2004년 | 192분 | 영화궁전

헬리콥터 구조대 출신 인도인 비르는 22년 전 파키스탄 감옥에 수감되어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상시키는 영화의 첫장면에서 그는 장대한 초원에서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이는 어둑한 감옥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온 비르의 환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첫번째 사건을 맡게 된 미모의 여 변호사 사미야. 첫눈에 비르의 무죄를 확신한 사미야는 비르의 마음을 열고, 그가 파키스탄 여성 자라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비극적 운명에 휘말리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발리우드의 대부 야시 초프라가 72살에 완성한 <비르와 자라>에는 현대 발리우드 영화의 모든 장르적 클리셰가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춤과 노래는 물론이고 믿음직한 남자 주인공과 발랄한 여자 주인공의 운명적 사랑, 인도의 자연풍광을 향한 무한한 애정, 인도-파키스탄 분쟁이나 여권(女權)문제 같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 등이 그것이다. 오랜 시간을 넘나들며 이어지는 비르의 회고는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 비르와 자라가 헤어지고 비르가 감옥에 갇히게 된 과정, 자라의 생사여부 등에 대한 결정적인 호기심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진행된다. 이러한 플롯은 3시간을 초과하는 러닝타임을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유지한다. 장대한 스케일 속에 비극적 러브스토리를 담은 <데브다스> 등 최근 몇 년간 인도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들과 맥락을 같이 하는 <비르와 자라>는, “발리우드 영화=야단스럽고 화려하며 코믹한 춤과 노래”라는 한국 관객들의 인식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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