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인터뷰] ‘디지털 삼인삼색’의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
2006-05-01
글 : 정재혁
국적을 떠나서 영화를 만든다”

1990년대 초반, 카자흐스탄에선 기존과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들이 제작됐다.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아미르 카라쿨로프, 세리킥 아프리모프 감독 등이 그 주역. 서구의 비평가들은 이들의 영화를 카자흐스탄의 ‘뉴 웨이브’라고 지칭했고, 1991년 다레잔 감독이 연출한 <카이라트>는 로카르노영화제 은표범상을 수상했다. 영화 비평가로 시작해 카자흐스탄의 대표 감독이 된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디지털 삼인삼색’ 중 한편인 <어바웃 러브>를 들고 방한한 그를 만났다.

-<신영화>라는 영화잡지에서 평론을 썼다고 들었다. 감독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
=영화잡지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할 때, ‘키노 스튜디오’라는 영화제작사에서 3분짜리 단편을 찍은 적이 있다. <삶>이란 영화였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그래서 장편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게 찍은 영화가 <카이라트>다. 이 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면서, 이후에는 정부와 유럽에서 지원을 해줬다.

-<어바웃 러브>는 안톤 체호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안톤 체호프가 그리는 사랑은 이성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사랑이다. 보통 사람들이 사랑을 말할 때는 열정, 섹스 등을 열거하지만, 체호프의 사랑은 보다 심오한 것이다.

-디지털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가.
=처음이다. 하지만 크게 봤을 때, 디지털은 필름과 차이가 없다. 실제로 찍혀 있는 영상을 보면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디지털은 필름보다 자유로운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고다르가 최초로 디지털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물론 디지털로 작업을 하진 않았지만, 그의 영화에는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디지털과 필름의 문제는 결국 똑같은 사물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 대상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의 문제다. 예를 들어, 디지털로 영화를 찍는 것은 그림을 그릴 때 연필과 지우개를 모두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과 같다. 언제든 원한다면, 지울 수 있다. 하지만 필름으로 찍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과 같다. 한번 찍으면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필름으로 작업하려면 조각가가 돌로 조각을 하듯이 조심스럽게,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한다.

-영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남자 주인공인 카이라트와 여자 주인공인 토그잔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진 것이다. 결혼을 하거나,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것만이 사랑의 결실은 아니다. 그들은 결국 서로 이별을 하지만 사랑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에는 ‘열망하던 무언가가 성취될 때 그 기억은 사라지지만, 그것이 성취되지 못할 때, 그 기억은 오래 남아있다’는 말이 있다. 안톤 체호프의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것이 내가 그의 작품을 택한 이유기도 하다.

-<카이라트>를 비롯한 이전 작품들이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해, 이번 <어바웃 러브>는 개인의 이야기다.
=맞다. 이번 영화에서는 보다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관심사가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다양한 문제를 다뤄보고 싶다. 내가 개인적인 문제를 다루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든 나의 영화적인 시선은 변함이 없다.

-남자 주인공 카이라트는 매우 고독해 보인다. 이것이 당신이 카자흐스탄의 오늘을 바라보는 시선인가.
=이것이 카자흐스탄만의 모습은 아니다. 나는 국적을 떠나서 영화를 만든다. 나의 영화에 현대인의 모습이 담겨있긴 하지만 이것이 카자흐스탄의 모습으로 국한되진 않는다. 오늘날 서울에서도 체호프의 소설은 읽지 않는가. 카자흐스탄의 영화라고 해서 굳이 ‘어떤 카자흐스탄적인 요소’를 발견하려 한다면 이는 무의미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카자흐스탄의 영화 제작환경은 어떤가.
90년대 이후 카자흐스탄의 영화계가 풍성해진 것은 사실이다. 영화계에 돈도 많이 들어왔고, 제작되는 영화의 수도 늘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주로 상업영화에 치중되어 있다. 내 영화는 별로 상업적이지 않아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In early 1990s, films were produced in new styles. Darezhan Omirbayev, Amir Karakulov, Serik Aprimov were part of the challengers. Western critics considered their films as the 'New Wave' in Kazakhstan, and the film <Kairat>, by Darezhan Omirbayev, won the Silver Leopard Award at the Locarno Film Festival. I met Darezhan Omirbayev, who has become a Kazakhstan's representing director from a critic, and came to JIFF with <About Love>, one of the films of 'Digital Short Films by Three Filmmakers.'

-<About Love> is based on the novel of Anton Chekhov.
=Chekhov describes love between people, not just romance between men and women. People usually think love is passion and sex, but Chekhov's love is more profound.

-Are you first to shoot in digital?
=Yes, but actually there is no big difference between film and digital when you look at the result. It's just that you can feel easier with digital when shooting. For that reason, I think Godard was the first director who shot films in digital. He didn't really work in digital, but his films were shot freely. It means that it is the matter

-Do you think the film is happy ending?
=Marriage or being together isn't the only way to achieve love. I think the couple in the film did love each other. According to Freud's psychology, 'when one achieves something one has desired, one loses the memory, however, if the one fails to achieve it, the memory lasts for a long time.'

-<Kairat> implied some social issues, but <About Love> seems personal.
=That's true, I wanted to deal with a personal issue. But it doesn't mean my interest has changed. I just want to deal with various issues. My point of view in film doesn't change no matter what my subject matter is.

-Kairat seems very lonely. Is this the way you are looking at current Kazakhstan?
=Country doesn't matter to me when I make films. I characterize features of modern people but it's not just the Kazakhstan. It is meaningless to try to find some Kazakhstan matters just because the film was produced in Kazakhstan.

-How is the film production environment in Kazakhstan?
=After 1990s, Kazakhstan's film environment became abundant. There were more budgets and more films produced. But this richness is for commercial films, and my films are still poor since I don't make much commercial films.

사진 소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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