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 <아름다운 천연>
2006-05-01
글 : 정재혁

아름다운 천연 Nuages d’Hier
2005년 | 츠보카와 다쿠시 | 일본 | 95분 | 인디비전

1996년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츠보카와 다쿠시 감독은 자신이 어린시절을 함께 보냈던 극장이 얼마전 마을에 발생한 지진으로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는 최소한 이 극장을 필름으로라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영화 <아름다운 천연>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도 알수 있듯이 <아름다운 천연>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담은 영화다.

1930년대 일본의 작은 마을, 한 극장에서는 영화 <아름다운 천연>이 상영중이다. 마을 사람들은 한데 모여서 영화를 보고 있고, 극장 밖에는 한 소년이 영화의 마지막 릴을 배달하고 있다. 극장으로 가는 길, 소년은 우연히 영화의 결말을 알게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배우가 비극을 맞는다는 사실에 그는 마지막 필름을 땅속에 묻어버린다. 시간은 흘러 소년은 노인이 되고 영화는 노인의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본다.

다쿠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벚꽃이 만개한 장면을 찍기 위해 3년을 기다렸고, 영화 오프닝에는 자신이 직접만든 무성영화를 삽입했다. <아름다운 천연>은 과거를 놓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영화다. 카메라는 전원의 풍경을 유유히 담아내고, 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화면 속에 담긴 나무와, 들판, 사람과 바람은 천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 다쿠시 감독은 잊혀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읊조린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촬영이 지연되곤 했던 이 영화는 9년 만에 완성됐으며, 주연을 맡았던 히토시 타카기는 영화가 완성된지 1개월 뒤에 세상을 떠났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필로우 북>에 출연했던 히데코 요시다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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