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효과적인 공포 조성, <곤충의 집>
2006-05-01
글 : 정재혁

곤충의 집 House of Bugs
구로사와 기요시 | 일본 | 2005년 | 50분 | 시네마스케이프

여기 한 부부가 있다. 폭력적인 남편과 벌레로 변해가는 아내. <곤충의 집>은 이 부부의 이야기를 남편과 아내의 시점에서 동시에 진행시킨다. 바람을 피고 있는 남편은 자신의 정부에게 아내가 점점 곤충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아내는 동생에게 남편이 폭력적으로 돌변한다고 얘기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라쇼몽>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시점에서 전개시킨다. 병렬로 나란히 이어지는 두 이야기는 끝까지 하나의 접점도 갖지 않고 진행되며, 그 다름이 가져오는 차이는 이야기의 혼란을 유도한다.

하지만 기요시 감독이 <곤충의 집>에서 의도하는 바는 <라쇼몽>과는 다르다. 그가 보여주는 ‘시점의 이중성’이란 진실과 거짓의 문제, 혹은 인간성에 대한 탐구의 영역이 아니다. 일본 공포 만화의 대가인 우메즈 가즈오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초점은 공포에 있다. 카메라는 항상 어두운 실내를 부유하고, 주인공들의 대화는 항상 긴장 속에 오고간다.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는 불신의 상황은 곧 관객들에게 공포의 장으로 기능한다. 특히 거미줄을 연상시키는 실타래는 기요시 감독이 공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성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메즈 가즈오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이 영화는 <우메즈 가즈오 공포극장> 시리즈 6편 중 첫번째 작품이며, <돌스>, <메종 드 히미코>의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남자 주인공 렌지 역으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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