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스키 점핑 페어: 2006 토리노로 가는 길>의 마시마 리치로 감독
2006-05-01
글 : 김나형
사진 : 이혜정
“나의 잡생각을 활용하고 싶었다”

스키 하나에 올라탄 두 선수가 경사로를 내려온다. 점프대에서 공중으로 뛰어오른 선수들, 좌우로 손을 잡고 거대한 V자를 그린다. “출발했습니다. 짬프. 슈파, 슈파브이 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괴상한 묘기. 한 선수가 다른 선수 목에 매달리기도 하고, 파트너를 천길 아래로 떨어뜨리기도 하고, 스키복 속에서 어린 조카를 끄집어 내기도 한다. 황당한 경기를 정색하고 중계해주는 이 5분짜리 애니메이션에 사람들은 배꼽을 잡았다. 이것이 마시마 리치로의 <스키 점핑 페어>(2002)다. 제품 디자인 일을 하던 리치로는 본인이 갖고 있는 잡생각들을 활용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디지털 할리우드 대학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만든 <스키 점핑…>는 작은 영화제와 인터넷, DVD를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시리즈 애니메이션 2편을 더 만든 다음, 2005년에는 스키 점핑 페어스가 창안되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가짜 다큐멘터리 <스키 점핑 페어: 2006 토리노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러나 발상 순서는 거꾸로였다. “2002년에 <스키 점핑…>를 만든 뒤, 이를 영화화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2006년 열릴 동계 올림픽에 맞춰서. 그러려면 경기의 역사가 필요했다. 그래서 영화가 나오기까지 매년 한편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스키 점핑 페어: 2006…>에는 일본 유명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가 등장한다. “이 영화에는 가상과 현실이 섞여있다. 그에 대한 상징으로, 일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가 꼭 출연해줬으면 했다. 이노키는 영화 출연 경험이 없어 망설였지만 각본을 보자 너무 재밌어하며 뉴욕에서 날아왔다.” 이번 영화로 프로젝트가 일단락되었기에 <스키 점핑…> 시리즈는 더 만들지 않을 거란다. 그는 곧 새 작품 구상에 착수할 계획. ‘스키가 저렇게 긴데 왜 둘이 타면 안되지?’라며 <스키 점핑…> 시리즈를 만들어낸 그가 또 무슨 엉뚱한 짓을 할지 마음이 가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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