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연애의 기술>의 칸 루메 감독
2006-05-02
글 : 정재혁
“싱가포르의 뉴웨이브가 올 것이다”

“싱가포르의 뉴웨이브를 기대하고 있어요.” <연애의 기술>의 칸 루메 감독은 앞으로 10년,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영화의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60년대 프랑스의 누벨바그, 70년대 미국, 80년대 홍콩, 그리고 90년대엔 한국까지. 10년을 주기로 영화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어요.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다음 차례는 싱가폴이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고 있는 싱가포르 영화의 새로운 흐름이란 무엇일까. “저는 지금 싱가포르 영화는 유아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 한국은 청소년기, 할리우드 영화는 성년기겠죠? 그래서 저는 어린아이가 어른을 쫓아 한다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연애의 기술>은 그런 의미에서 할리우드 스타일을 따라가지 않는다. 인터뷰 하는 두 남녀를 담아내는 카메라는 그들의 얼굴 뿐 아니라 배, 쏟아진 음료수, 바닥을 수시로 오가고 대화가 다 끝나기 전에 프레임은 이미 두 주인공을 벗어나있다.

<연애의 기술>은 그의 단편 <I Promise>가 계기가 된 작품이다. “<I Promise>를 상영하는데 정말 반응이 너무 심했어요. 여자들은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왜 그렇게 수동적이냐며 화를 내고, 남자들은 왜 남자를 잠자리만 밝히는 짐승으로 그리냐며 화를 냈죠. 몇명은 소리를 지르고 상영장을 나가기도 했어요. 저는 거기에 무언가 답해야만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는 캐릭터에 다층성을 부여했다. <연애의 기술>의 두 주인공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이면에 상처를 숨기고 있다. “저는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6월 새로운 영화 <솔로스>의 촬영에 들어간다. “게이가 등장하는 노출이 많은 영화예요. 항문 성교 장면도 있을 예정이라, 싱가포르에선 아마 상영이 불가능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싱가포르의 검열제도를 흔들고 싶어요. 이런 경계들이 없어져야 새로운 영화가 가능하죠.”그의 바람처럼 싱가포르의 검열제도가 없어지는 날, 싱가포르의 뉴웨이브가 올지도 모르겠다.

사진 소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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