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처음 간 사나이 The First on the Moon
알렉세이 페도르첸코 | 러시아 | 2005 | 75분 | 인디비젼
과연 당신이 믿고 있는 진실은 진실이 맞는가? 러시아 최초의 모큐멘터리인 <달에 처음 간 사나이>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역사에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러시아에는 비밀리에 우주 비행사들을 훈련시키는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비행사로 선발된 이들은 매우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우주 공간에 적응하는 법을 익힌다.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한 사람이 암스트롱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딴지를 거는 이 영화의 주장은 제법 설득력 있다. 수십년 전의 일들을 세세히 증명하는 ‘거짓된 자료’들은 꽤 정교하며, 이를 하나로 엮어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감독의 연출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100% 조작된 허구를 사실인듯 연기해내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은 매우 자연스럽다. 특히 영화의 초반부, 기록 필름들을 보관하고 있는 아카이브 관리자의 증언까지 더하면 이 영화의 거짓말은 정말 완벽하다. 영화는 전형적인 자료 화면뿐만 아니라 우주 비행사들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모두 몰래 카메라로 잡아낸다.
<달에 처음 간 사나이>는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지닌 강압성에 반감을 드러낸다. 알렉세이 페도르첸코 감독에겐 어떠한 진실도, 어떠한 거짓도 분명한 건 없다. 다큐 형식의 전형성을 부정하는 이 영화는 총 3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되었고, 2005년 베니스영화제 호라이즌 부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