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종교와 정치, 인종을 이야기하는 성장영화, <리브 앤 비컴>
2006-05-02
글 : 오정연

리브 앤 비컴/ Live and Become
라두 미하일레아누/ 프랑스, 이스라엘/ 2005년/ 144분/ 영화궁전

에티오피아 유태인 귀환 프로그램에 일환으로 이스라엘 백인 가정에 입양된 흑인 소년 솔로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리브 앤 비컴>은 일종의 성장영화다. 사실 솔로모는 기아를 피해 유태인으로 위장하여 이스라엘에 정착했다. 그의 친엄마는 저주받은 땅에서 아들을 탈출시키며 말한다. “Live and become!” 그를 입양한 프랑스계 유대인 가정은 화목하고 양부모는 사려깊어서 그는 무리없이 살아남는다.(live)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흑인 유태인을 포용하려는 온전주의자와 “저주 받아 흑인이 된 노아의 아들 함이 흑인의 조상”이라고 믿는 근본주의자, 위장한 유태인을 엄격히 배제해야 한다는 보수적 민족주의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의 혼란은 커져간다. 영화는 솔로모가 자신의 존재를 둘러싼 질문에 답하며 무엇인가 되어가는(become) 과정을 따라간다.

흑인 유태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유태인의 조건은 핏줄인가, 종교인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정체성을 위장하고 잠입하는 이들을, 그 사회의 구성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종교와 정치, 인종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리브 앤 비컴>은 관객들에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에 이르는 각종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소년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성경에 따르면, 최초에 존재한 것은 피부 빛깔이 아닌, 말씀이었다.” 루마니아 출신 유태인으로 이스라엘을 거쳐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작년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