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죽어서야 손에 넣을, 두 여자의 지독한 사랑, <미세스>
2006-05-02
글 : 이영진

미세스 Mrs.
제제 다카히사/ 일본 /2005년/ 97분 / 시네마스케이프

‘핑크영화 사천왕’이라는 꼬리표를 언제나 달고 다니는 제제 다카히사의 근작. 10년 전 일본에서 벌어진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이번 영화는 죽어서야 손에 넣을, 두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다. 만취한 채 택시를 잡아탄 아키는 얼마 뒤 자신이 쇠사슬에 묶여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을 옭아맨 이가 유코임을 알고서 아키는 당황하고, 유코는 무죄 선고를 받은 아키에게 자신의 아들을 왜 죽였는지 캐묻는다. 법 대신 아들의 죽음을 앙갚음하려는 여자의 복수극처럼 운을 떼지만, <미세스>는 실은 동성애 영화다. 좁은 차 안에서 인질극이 벌어지는 동안 두 여자의 과거가 어지럽게 펼쳐진다. 제제 다카히사의 영화들이 늘 그렇듯, <미세스> 또한 두 여자의 과거를 친절하게 내주지 않고 인정사정 없이 토막내서 뒤섞는다. 풀기 어려운 실타래나 맞추기 어려운 퍼즐 같아 일찌감치 낭패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 그러나 진득하게 참으면 된다. 진실을 말하면 사랑을 잃는다는 아키의 두려움이 죽어서야 유코에게 전달되는 순간 놀랍게도 그 어지러운 파편들은 제자리를 찾게 되니까. 닮고 싶고 갖고 싶은 누군가를 잃어버린 유코의 상실과 닮고 싶고 갖고 싶은 누군가에게 더이상 다가설 수 없는 아키의 상실이 또렷이 대비될수록 죽음의 부운도 점점 짙어진다. <가물치>, <히스테릭> 등 전작을 챙겨본 관객이 아니라도 극중 여러 차례 등장하는 새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눈치챌 것이다. 새를 그리는 취미를 가진 유코, 새가 되고 싶은 아키, 엇갈리는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은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노래에서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아키 역의 구로사와 아스카는 츠카모토 신야의 <6월의 뱀>에도 등장했던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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