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비극을 스크린에 옮긴 할리우드의 첫 번째 영화 <유나이티드93>이 실체를 드러냈다. <블러디 선데이> <본 슈프리머시>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연출하고 유니버설 산하 워킹 타이틀이 제작한 <유나이티드 93>은, 4월25일 제5회 트라이베카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됐다. 이날 상영에는 유나이티드93 항공편에 탑승한 희생자들의 유족 100명이 초대받았다. 트라이베카영화제의 둥지는 9·11 여파에 직접적 상처를 입은 로워 맨해튼 지역이지만 <유나이티드 93>의 시사는 유족들의 감정을 고려해 세계무역센터에서 떨어진 미드타운에서 열렸다. 그러나 초대에 응하지 못한 손님도 있었다. 영화에 출연한 이라크 배우 루이스 알사마리는 비자 발급을 거절당해 이날 시사에 불참했다.
<유나이티드93>은 승객의 저항으로 목표물을 타격하지 못한 채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유나이티드93편 기내에서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재현한 영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미국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피해 2005년 11월부터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유나이티드93>을 제작했다. 민감한 소재인 만큼 유니버설의 접근도 조심스러웠다. 1500만달러의 검소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시드니 킴멜 엔터테인먼트를 공동투자자로 끌어들였고, 마케팅도 신중히 통제했다. 위험이 다분한 9·11 프로젝트를 유니버설이 감행한 것은, 제이슨 본 시리즈의 3편 <본 얼티메이텀>에 폴 그린그래스 감독을 묶어두기 위해서가 아니겠냐는 소문이 있었으나, 유니버설쪽은 연관을 부인했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은 “아직 이르다”는 우려를 샀으나, 시사에 참석한 희생자 유족들은 “오히려 너무 늦게 만들어진 영화”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으며 영화에도 만족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라이어티>는 가슴 아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암전으로 이어지자 오열이 객석을 뒤덮었고 유족이 빠져나간 극장에는 장례식과 같은 침묵이 드리워졌다고 시사회 풍경을 전했다. 일부 유족은 테러리스트 역을 맡은 배우에게 다가가 “용감했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버라이어티>는 덧붙였다. 할리우드는 <유나이티드93>이 4월28일 정식 개봉 뒤 뉴욕을 포함한 미국 전역 박스오피스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전 조사에 따르면, 남성 관객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절대 관람하지 않겠다는 관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니버설은 개봉주말 수입의 10%를 펜실베이니아에 세워질 희생자 기념관 건립에 헌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