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샴 쌍둥이 형제의 애증과 비극, <브라더스 오브 더 헤드>
2006-05-03
글 : 김나형

<브라더스 오브 더 헤드> Brothers of the Head
키스 풀톤, 루이스 페페 | 영국 | 2005년 | 90분 | 불면의 밤

키스 풀톤과 루이스 페페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함께 작업해 왔다. 이들은 영화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테리 길리엄을 포착한 다큐멘터리 2편으로 명성을 얻었다. <브라더스 오브 더 헤드>는 그들의 첫 피처 필름. 가슴 아래가 붙은 샴 쌍둥이 형제의 애증과 비극을 록 음악 속에 녹여냈다. 다큐멘터리의 모양새를 하고 있으나 사실은 만들어낸 이야기다. 실제 쌍둥이인 해리와 루크의 놀라운 연기와 열정은 넘치나 어설프고 치기 어린 초기 펑크 록이 실감을 더한다.

샴 쌍둥이 형제 톰과 배리는 아버지에 의해 쇼 비즈니스 업자 잭에게 팔린다. 그의 아이디어로 록 그룹 ‘뱅뱅’을 만든 쌍둥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열광적인 반응을 얻게된다. 톰이 정면을 향해 있다면 그의 옆에서 껴안는 듯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배리는 행동에 제약이 있다. 톰이 양손을 기타를 칠 때 그저 바라봐야만 했던 그는 기타 대신 마이크를 잡고 울분을 토해낸다. 톰이 로라와 연애를 시작하자 배리의 가슴엔 두 사람 모두를 향한 질투가 쌓여가고 마음까지 붙어있던 쌍둥이 형제는 서서히 균열을 일으킨다. 반항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배리에 집중하던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톰의 감정을 드러낸다. 바르고 조용한 외연 속에 감춰진 냉정한 본능은 보는 이에게 충격을 가한다. 그들이 원래 세 쌍둥이었고, 죽은 태아가 그들 몸 속에 있으며, 그가 늘 말을 걸어온다는 식의 그로테스크한 암시들은 이 영화가 SF 작가 브라이언 올디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음을 문득 일깨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