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속의 피아노 조율사> The Piano Tuner of Earthquakes
2005년/퀘이 형제/영국, 독일/99분/시네마스케이프
몽환적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유명한 퀘이 형제의 장편영화. 그들의 첫 장편인 <밴야민타 학원> 이후 10년 만의 것으로 아돌포 비요이 까사레스의 소설 <모렐의 발명>을 모티브로 삼았다. 오페라 가수 말비나는 드로즈 박사라는 정체 모를 이로부터 매번 백합을 받는다. “신이 우리의 두 영혼은 단단히 묶을 것”이라는 기분 나쁜 쪽지와 함께다. 말비나는 약혼자 아돌포와의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쓰러져 그대로 숨을 거둔다. 어디선가 나타난 드로즈 박사가 절규하는 아돌포의 눈앞에서 시신을 거두어간다. 그는 자신의 세상에다 그녀를 되살린다. 그러나 말비나는 인형처럼 멍하게 앉아만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드로즈 박사는 피아노 조율사를 성으로 불러 이상한 기계 7개를 조율해 달라고 한다. 아돌포와 꼭 닮은 피아노 조율사는 말비나와 마주치자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박사는 말비나가 심한 마음의 병 때문에 이곳에 있다고 하지만, 아돌포는 그녀의 무표정함 뒤에서 불안과 슬픔을 읽는다. 아돌포는 자신이 조율한 자동기계들이 이 기괴한 세계를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과 말비나 역시 그에 묶여 있음을 알아채고 그녀를 구할 계획을 세운다.
이 영화는 퀘이 형제가 대세인 디지털을 따르면서 어떻게 자신들 고유의 색감과 질감을 살릴 것인가 고민한 결과물이다. 쌍둥이 형제는 매킨토시 컴퓨터를 샀고 파이널 컷 프로를 설치했다. <오페라의 유령>과 <프랑켄슈타인>을 뒤섞어 놓은 듯한 스토리는 100분짜리 영화용으로는 다소 지루하지만, 소위 ‘바로크 판타지’라고 일컬어지는 환상적 영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CG와 실사촬영이 혼합된 몽환적 영상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듯 느릿느릿 진행되는 스토리도 어쩌면 비현실적 느낌을 주는데 일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