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 레이놀즈가 “여자를 때리면 관객의 항의가 없겠냐”고 걱정하자 로버트 알드리치는 “괜찮아, 자네 매력 때문에 용서할 거야”라고 말했다. 이미 스티븐 매퀸과 똑같은 일을 저질렀던 샘 페킨파나 돈 시겔, 알드리치의 1970년대 영화는 남성성을 두고 서로 경쟁했다. 코가 부러질 정도가 돼야 재미있다고 인정했다는 알드리치의 영화 중에서도 스트레이트한 영화가 <터치다운>이다. 싸우는 남자를 다루는 게 주특기인 알드리치가 자신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스포츠에 손대지 않았을 리 없다. 알드리치, 레이놀즈, <대부>의 제작자 앨버트 S. 러디, 미국 남부의 유일한 스포츠라는 미식축구, 교도소의 국가대표급 망할 녀석들 그리고 레너드 스키너드의 노래. <터치다운>은 영화가 거칠어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쓸어모은 영화다. 감옥에 간 전직 미식축구 선수가 죄수들로 구성된 ‘사나운 녀석들’팀을 이끌고 준프로팀 수준의 교도관팀과 겨룬다는 설정엔 그리 대단한 것이 없었으나, 화끈하고 사실적인 연출이 바탕이 된 <터치다운>의 성공으로 인해 이후 성공적인 스포츠영화가 쏟아져 나오게 되었으며, 혹자는 부패한 닉슨에게 한방 먹인 영화로 평가하기도 했다. 조지아주 주지사 시절의 지미 카터가 교도소 촬영을 위해 지원을 해줬다는 점도 이채롭다(알드리치는 거짓말을 하며 웃는 카터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농담했다 한다). 레이놀즈와 러디의 걸쭉한 음성해설 외에 ‘터치다운 제작기’(12분), ‘사나운 녀석들의 탄생’(11분, 사진), ‘2005년 리메이크 버전 보기’(4분) 등의 부록은 짧지만 알차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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