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 대부 ‘프로벤자노’가 최근 경찰의 집요한 추적 끝에 붙잡혔다. 40년을 도망자로 살아온 프로벤자노가 숨어지낸 곳은 양 치즈를 만드는 허술한 집이었다. 그 집에는 치즈를 만드는 통과 막 짜낸 우유가 가득했고 그가 거처하던 방에는 성경책과 건강관리책 그리고 타자기가 놓여 있었다. 타자기 옆에는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 경찰은 확실한 근거를 잡기 전에는 이 명단을 언론에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실이 영화 같고 영화가 현실 같은 순간이었다. 어려운 작업이었음이 틀림없을 추적 작업을 성공적으로 끌고 온 마피아 두목 검거팀에 이탈리아 국민은 열렬한 찬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이탈리아 영화대상인 다비드 도나텔로상도 이러한 흐름을 무시하지 못했다.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거의 반세기를 숨어지내온 이탈리아 마피아 대부가 검거된 역사적인 4월에 치러진 제50회 이탈리아 영화대상은 정치인과 마피아를 다룬 두 영화에 수상 영화를 안겨주었다.
미켈레 플라치도가 감독한 <로망조 크리미날레>는 각본상, 촬영감독상 등 8개의 상을 휩쓸었다. 그렇지만 그랑프리와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굵직한 상들은 모두 난니 모레티의 <일 카이마노>에 돌아갔다.
미켈레 플라치도의 <로망조 크리미날레>는 80년대 로마 말리아나 구역의 마약 판매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약 밀매 조직이 마피아와 비밀요원과 연계하는 이야기에 플라치도 감독은 이탈리아의 쟁쟁한 배우들을 대거 고용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킴 로시 스튜어트와 스테파노 아코르시 등 쟁쟁한 배우들의 힘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영화관에서는 그다지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유일한 이탈리아영화로 초청된 바 있는 <로망조 크리미날레>의 감독인 미켈레 플라치도는 감독 이전에 배우로서 <일 카이마노>에서 조연을 맡았다.74년 영화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미켈레 플라치도는 <삼형제> 등으로 영화와 텔레비전을 넘나들면서 이탈리아아인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의 의지는 드디어 89년에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고 도전장을 던지며 시작됐다. <Un Viaggio Chiamato Amore>로 2002년 베니스영화제에 소개되었으며 다시 2년 뒤엔 <Ovunque Sei>로 세계에 알려졌다.
반면에 <일 카이마노>는 아직도 상영 중인데 첫 2주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이탈리아인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이번 상으로 평단에서도 좋은 평을 받았다. 좋은 출발과 함께 승승장구의 길을 가고 있는 <일 카이마노>에 또 하나 좋은 소식은 올해 칸영화제 경쟁작에 파울로 소렌티노의 <가족의 친구>(L’amico di famiglia)와 함께 초청됐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이탈리아영화가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임기를 얼마 안 남기고 있는 카를로 아첼리오 참피 대통령은 50주년 영화대상을 기념하며 수상자들과 영화인들을 초대하여 간담회를 갖고 좋은 성적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