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인터뷰] <퍼펙트 커플>의 스와 노부히로 감독
2006-05-04
글 : 오정연
“‘틈’을 통해 의미를 표현한다”

스와 노부히로는 자신의 전작 <듀오>와 <M/Other>에서 커플을 갈라놓는 사소한 말 한마디,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던 불청객 한명이 불러오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바라봤다. 그가 프랑스 스탭과 프랑스 배우들을 이끌고 만든 <퍼펙트 커플>은 한때 완벽한 한쌍이었던 두 남녀가 그 균열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본다. 가장 방해가 되지 않을만한 장소를 찾아 꿈쩍도 하지 않는 그의 카메라는 여전하고, 우리는 이번에도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가장 일본적인 매너를 지닌 그의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지극히 보편적인 감정의 진행 상태 뿐이다.

-프랑스 배우, 스탭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일본 문화청에서 예술인들에게 해외체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파리에 1년 동안 머물렀고, 프랑스 아르떼 방송국에도 일종의 지원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원래는 시나리오를 제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침 내 의도를 잘 이해해주는 PD가 있어서 기획서만으로 제작비를 구할 수 있었다.

-전작인 <H 스토리>부터 함께 일해온 카롤린 샹페티에 촬영감독이 이번에도 촬영을 했다. 그는 어떤 촬영 감독인가.
=<듀오>에서 함께 일했던 다무라 마사키 촬영감독은 프레임을 꽉 짜기 보다는 중심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틈새를 만드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샹페티에는 여러면에서 그와 대조된다. 그는 논리적이고, 납득을 하지 않으면 촬영을 하지 않는다. 그와 이야기를 하면 나의 연출 컨셉도 명확해진다. <퍼펙트 커플>에서는 미술을 비롯해서 영화의 여러 부분을 함께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공동연출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 두대를 사용하게 된 것도 그의 의견이었다.

-의견이 대립된 적은 없었나.
=샹페티에는 호텔 방 안에서 두 남녀가 대화하는 장면을 핸드헬드로 찍고 싶어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계속 움직이며 인물을 따라다니니까 배우들이 카메라를 의식해서 과장된 연기를 보여주더라. 마치 카메라까지 3명의 인물이 방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결국은 카메라를 고정시키기로 결정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가 “완벽한 유럽영화의 외향을 지녔으면서도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은 지극히 일본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맞는 부분이 있다. 남자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종종 긴 침묵을 지키는데 프랑스 영화에서 그것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 식의 침묵은 나의 어떤 취향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나는 많은 대사는 과잉된 연기를 유발하여 틈이 사라지도록 만든다고 믿는다. ‘틈’은 시간과 공간을 모두 포함하는 중요한 개념인데, 이를테면 오즈의 영화가 아무 기능도 없는 텅빈 숏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유럽 관객들에게는 아주 낯설지만 일본인들에게 그것은 특정한 의미를 표현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나도 모르게 그런 효과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당신의 영화에서 카메라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식으로 카메라의 위치를 결정하나.
=카메라의 위치를 치밀하게 계산하지만, 인물의 움직임은 자유롭게 열어둔다. 정해진 공간에서 가능한 동선의 경우를 생각해서 몇 군데 카메라의 위치를 점찍는다. 그리고 각각의 위치에서 리허설을 해본 뒤에, 최종적으로 배우가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곳에 카메라를 세운다. 때로는 배우의 리허설을 지켜본 나와 촬영감독이 카메라 위치를 정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관객은 일본인인가, 프랑스인인가.
=국적을 떠나서 보편적인 인간의 평범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꼭 프랑스 영화처럼 만들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일본에서 이 영화가 개봉할 때 프랑스 영화로 보일 것이라는 점은 각오했다.

-차기작은 어떤 것인가.
=<퍼펙트 커플>은 프랑스, 일본 사회에 대해 별다른 고민없이 만든 것이다. 다음에는 프랑스와 일본 사회의 어떤 면모를 그릴 수 있었으면 한다. 지난 1년간 프랑스에서 살았던 것은 나에게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외국에서 그렇게 살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사진 소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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