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카메라의 안과 밖을 허무는 다큐멘터리, <쇼킹패밀리>
2006-05-04
글 : 김수경

쇼킹 패밀리 Shocking Family
이경순 | 한국 | 2006년 | 115분 | 한국영화의 흐름

<쇼킹패밀리>는 카메라의 안과 밖을 허무는 다큐멘터리다. <쇼킹패밀리>에는 영화를 만드는 시공간과 영화의 시공간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고백과 가족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내적 구조와 성격 때문이다. 20대의 촬영감독, 40대의 감독, 30대의 스틸기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쇼킹패밀리>의 자기고백은 유쾌하고 서늘하다. 촬영감독 세영은 한 모임에서 어린 시절 엄마에게 자주 얻어맞은 사연을 말한다. 성인이 된 세영이 “엄마 나, 왜 그렇게 때렸어?”라고 묻자, “엄마는 ‘그때는 사는 게 힘들었어’라고 했다”라는 에피소드와 “엄마가 고스톱 치다가 돈을 많이 잃은 날은 더 세게 맞았다”는 후일담은 폭소를 안기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자살을 기도한 스틸기사 경은과 전 남편의 경험담, 경순 감독의 친어머니가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에피소드는 애처로움과 함께 사회적 고정관념의 살벌함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독립 다큐멘터리 집단 ‘빨간 눈사람’의 경순 감독은 <애국자게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국가주의를 통렬히 비판했다. 과거의 주제 의식은 <쇼킹패밀리>에서 스틸의 활용, CF 패러디, 타이포그래피와 사운드의 활용, 장르영화의 유머러스한 차용을 통해 더욱 근사해졌다. 경순 감독이 처음으로 가족과 스스로에게 시선을 돌린 <쇼킹패밀리>는 딸 수림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담았기에 다양한 카메라 포맷으로 촬영된 디지털 영상이 어우러진다. 430개의 6mm테이프가 촬영되면서 홈비디오, 다큐멘터리,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경계는 슬그머니 사라진다. <쇼킹패밀리>는 소재와 화법에서 사적 다큐멘터리의 방법론을 과감히 취했음에도 감정과잉이나 강박적인 화해라는 오류에 빠지지 않는 영민함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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