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30만원으로 만든 저예산 영화, <연애의 기술>
2006-05-04
글 : 정재혁

연애의 기술 The Art of Flirting
칸 루메 | 싱가포르 | 2005년 | 80분 | 디지털 스펙트럼

영화 <연애의 기술>의 원제는 <The Art of Flirting>이다. 그리고 여기서 ‘flirting’은 연애보다는 ‘집적거림’에 더 가깝다. 잡지사 여기자 린은 인터뷰를 위해 레오나르도를 만난다. 레오나르도는 한때는 잘나가는 운동선수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비지니스 맨. 그러나 그의 관심은 인터뷰가 아닌 린에게 있다. 그는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문학과 시에 대해 말하기를 즐기고, 린의 요청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도 불러준다. 총 4개의 챕터로 이뤄진 이 영화는 린과 레오나르도의 데이트을 발랄하게 따라간다.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봄날 잔디밭에서 함께 담소도 나누며, 클럽에선 포켓볼도 친다. 린과 레오나르도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간다.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2번째 챕터는 이들의 감정이 가장 솔직히 드러나는 부분. 이들은 과거에 사귀었던 남자친구(혹은 여자친구)에 대해 얘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읽어 나간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레오는 갑자기 린을 떠나고 린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매우 자유분방하다. 인터뷰 도중 레오가 음료를 쏟으면 흘러가는 음료를 바라볼 정도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두 남녀의 대화는 영화의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며,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럽다. 30만원의 저예산으로 제작됐으며 단 4일만에 촬영됐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영향받은 감독으로 에릭 로메르와 라스 폰 트리에를 써놓는 감독의 센스는 미소를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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