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이주민들의 고된 삶, <카트 끄는 남자>
2006-05-04
글 : 김나형

카트 끄는 남자 Man Push Cart
라민 바흐러니 | 미국, 이란 | 2005년 | 87분 | 인디비전

이주민 아마드는 매일 새벽 전세 낸 카트에 베이글과 커피를 채운다. 카트를 끌고 깜깜한 도로를 걸어 번화한 맨하탄 거리에 자리를 잡으면, 뉴요커들이 다가와 아침 식사를 사간다. 밤이 되면 아마드는 다시 카트를 끌어 차고에 넣고, 포르노 테이프를 팔고, 담배를 사고, 아무도 없는 방으로 돌아간다. 한때 그는 파키스탄의 유명한 가수였다. 그에게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죽었고 아들을 데려간 처가 식구들은 그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 거대한 도시 속에서 그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백인들이 검은 얼굴의 이방인에게 보이는 호의는 인사를 건내고 커피를 사가는 데 까지다. 모하마드라는 파키스탄 엘리트가 친절을 배풀지만, 친절을 가장한 우월의식과 위선은 아마드를 더 씁쓸하게 만든다. 종잇장처럼 쓸쓸한 삶을 살면서 아마드는 매일 조금씩 바위를 굴려 올린다. 그러나 그에게 소박한 하이타임이 온 순간, 밀어 올린 바위는 속절없이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이란계 미국감독 라민 바흐러니는 나아지지 않고 순환만 하는 이주민들의 고된 삶을 현대판 <시지프스 신화>로 그렸다. 그는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부시가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했을 때, 자신이 아는 뉴욕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모두 카트를 끌고 있음을 문득 깨달았다고 했다. 아마드를 연기한 비전문배우 아마드 라즈비 역시 8~9년 전 카트를 끌던 남자였다. 그의 카리스마 있는 얼굴과 담담한 슬픔이 배인 눈은 세계 최강대국 한복판에서 힘겹게 카트를 끌어 당기는 이방인의 모습을 보는 이의 마음 속으로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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