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잭 일당과 유령해적의 재회,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2006-05-08
글 : 박혜명

2003년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의 잭 스패로우(조니 뎁)는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해적이었다. 해적을 그만두고 한량처럼 살고자 했던 잭은 자신의 낡아빠진 배 ‘블랙 펄’을 훔친 해적 바르보사 때문에 귀족들과 마지못해 연대해야 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1편이 거둔 전세계 흥행수입 6억5천만달러의 성공은 신선한 캐릭터와 흥미로운 갈등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시리즈 2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에서 잭은 새로운 곤란에 직면한다.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의 선장 데이비 존스(빌 나이)에게 피로 진 빚을 갚아야 하게 된 것이다. 1편에서 친해진 윌 터너(올랜도 블룸)와 엘리자베스(키라 나이틀리)는 이제 의심할 여지없이 잭의 편이다. 1편에 비해 적과 아군은 뚜렷해졌고 영화 속 모험은 동남아시아 바다와 원주민들의 세상으로 뻗어간다. 시나리오 작가진과 감독 고어 버빈스키, 출연진이 고스란히 승선한 캐리비안의 해적선 2호는 1호보다 기괴하고 신비스러운 비주얼, 성장한 캐릭터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따개비를 덧입은 끔찍한 외모의 유령 해적, 그를 따르는 망자들, 음침한 주술사, 바다괴물 크라켄 등이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볼거리라면 해적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윌의 변화, 잔인한 유령 해적 데이비 존스가 가진 인간적인 과거, 엘리자베스의 성숙 등은 줄거리상 단순한 선악구도를 피해가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으로 보인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2편이 “잭 스패로우만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모험의 규모 확대, 전편 대비 제작비 160% 증가 등으로 볼 때 캐리비안의 해적선은 이미 망망대해로 나왔다. 2편을 촬영하는 중에 3편의 일부를 촬영할 만큼 제작진은 시리즈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고 상업적 야심도 숨기지 않는다. 이 배가 산으로 가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지는 7월7일에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 만연한 해적판(pirated) 파일을 우려해 브에나비스타 한국지사가 잡은 미국과의 동시개봉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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