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사~랑, 간지럽고도 찬란한 희망, <눈부신 날에> 촬영현장
2006-05-08
글 : 문석
사진 : 오계옥

“올레, 올레, 하아∼.” 언덕배기를 올라 목적지에 도착하니 꼬마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Be the Reds’란 문구가 적힌 빨간 티셔츠를 손에 든 아이가 투우사처럼 성난 소를 맞이하려 한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한발로 땅을 팍팍 긁으며 씩씩대고 있는 건 소가 아니라 낯익은 얼굴의 배우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눈이 퉁퉁 부은 듯 분장을 했어도 그가 박신양이란 사실을 모를 수는 없다. 그는 마치 소라도 된 양 손가락으로 뿔을 만들어 머리 위로 세운 뒤 아이의 티셔츠로 돌진하고 있다. “흐아, 무섭지∼”라면서.

누가 보더라도 정겨운 부녀의 놀이가 펼쳐지고 있는 4월24일 부산시 용호동의 한 공터는 박광수 감독의 신작 <눈부신 날에>의 촬영장이다. 한때 <컨테이너의 남자>라는 가제로 알려졌던 이 영화는 한 껄렁한 남자가 푼돈 때문에 꼬마 아이를 돌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휴먼드라마. 이날 촬영분은 박신양이 연기하는 캐릭터 우종대가 꼬마 준(서신애)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이어지는 컷에서 준이 종대의 머리를 꽉 붙잡는다. “놔 임마, 뭐하냐?”라고 종대가 묻자 준은 답한다. “사∼랑, 사랑한다고.” 평생 듣지 못했던 이 낯간지러운 단어에 종대의 얼굴은 일그러지지만, 정말 화난 표정은 아니다. 봄기운을 맞으며 푸른 풀잎이 돋아나듯, 준에게서 사랑의 햇살을 받은 종대의 마음속에서도 희망의 꽃이 피어나는 듯하다. 이날은 한반도를 뒤덮은 황사 탓에 ‘눈부신 날’은 아니었지만, 종대는 이미 찬란한 햇살을 가슴속에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부신 날에>는 <이재수의 난> 이후 박광수 감독이 7년 만에 연출하는 장편영화다.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만들어온 그는 이 영화가 “예전보다는 흥행이 될 영화로 생각한다”면서도 “사회에서 버려진 인물들이 사랑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그동안의 작업과 같은 맥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80% 정도 촬영을 마친 <눈부신 날에>는 5월 중순 촬영을 모두 끝내고 올 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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