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주인공들의 현재를 세밀하게 응시, <내 청춘에게 고함>
2006-05-05
글 : 오정연

내 청춘에게 고함 Don’t Look Back
김영남 | 한국 | 2006년 | 126분 | 폐막작

우리들의 청춘은 어떻게 내일로 흐르는가? 김영남의 장편 데뷔작 <내 청춘에게 고함>은 차분한 시선과 조용한 응대로 삶의 시간 속에서 그 점을 발견해내려고 애쓰는 영화다. 단편 <나는 날아가고...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2001)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김영남은 단편 작업에서 보여준 세심한 감성의 물결을 이 영화를 통해서도 보여준다.

청춘에 걸려 있는 세 명의 주인공, 세 개의 에피소드가 영화의 틀거리다. 첫번째 이야기, 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정희(김혜나)는 무용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그녀는 지금 남자 친구와 미묘한 갈등을 겪고 있다. 게다가 때마침 오랫동안 보지 않고 살았던 아버지가 그녀들의 집을 찾아온다. 정희는 갑자기 찾아든 변화에 혼란을 느끼며 방황한다. 두번째 이야기, 전화국에서 일하는 직원 근우(이상우). 그는 착하지만 말수가 적고 친구도 많지 않은 외톨박이 같다. 정우는 어느날 몰래 엳듣게 된 전화통화에서 어느 여자의 음성을 듣고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그녀를 찾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첫 번째 이야기가 일상의 톤이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보다 더 상상적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는 독문학 박사 학위를 준비하다 뒤늦게 군대에 끌려가, 이제는 말년 병장이 된 인호(김태우)가 주인공이다. 인호는 말년 휴가를 나오지만 자신이 당당히 설 곳 없는 사회의 냉정함에 암담해진다.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예전에 잠시 알았던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집에 돌아온 날 인호는 그 사실을 아내에게 털어놓으며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그러나 도리어 자신에게도 다른 남자가 있다고 고백해오는 아내. 둘은 해결 없이 헤어진다.

세 이야기 중 어느 쪽도 청춘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섣불리 좌절하지도 않는다. <내 청춘에게 고함>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단정을 미룬채, 주인공들의 현재를 세밀하게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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