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부자(父子) 관계에 대한 장이모 감독의 시선, <천리주단기>
2006-05-05
글 : 정재혁

천리주단기 Riding Alone for Thousands of Miles
장이모 | 중국, 일본 | 2005년 | 108분 | 영화궁전

부자(父子)관계에 대한 장이모 감독의 시선을 담은 영화. 다카다는 어느날 아들 켄이치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켄이치는 아버지의 병문안을 거절할 정도로 그와의 사이가 좋지 않다. 결국 다카다는 아들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병원을 나오고, 이를 보다 못한 켄이치의 아내 리애가 그에게 비디오테이프 한개를 건낸다. 비디오테이프 속에는 아들이 찍은 가면극이 담겨있고, 다카다는 아들을 대신해 가면극을 찍겠다고 운남성으로 향한다.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영화를 비롯한 여러 문학작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아들에게 아버지란 동경 혹은 경멸, 그 이상의 무엇이다. 장이모 감독은 아들과의 약속을 위해 천리를 걷고 달리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부자 관계를 성찰한다. 이는 단지 오래전 아들에게 상처를 줬던 아버지의 반성문도, 죽어가는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늦은 고해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부자간의 갈등을 멀리서 바라보며, 이를 인생의 의미로 확장시킨다. 아들에게 상처주는 아버지,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 아들이 미처 마치지 못한 길을 대신 걸어가는 아버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장이모 감독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호소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운남성의 풍광이 아름답게 담기며, 교도소를 무대로 펼쳐지는 가면극이 눈시울을 적신다. 최근 연출했던 무협영화 <영웅>, <연인>과는 달리 소박한 세계로 다시 돌아온 작품. 일본의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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