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기마치 미치오 감독의 <까뮈 따윈 몰라>는 대학생들이 워크숍을 통해 한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는다. 주연 배우와 감독은 영화의 세부적인 표현을 두고 갈등하고, 촬영은 혼란 속에서 지연된다. 그러나 미치오 감독에게 이 혼란은 그 자체로 유의미한 작업이다. “영화는 새로운 것을 획득하는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서로 부딪히고 갈등하며 하나의 결과를 도출할 때, 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를 형성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가 ‘갈등과 화해’라는 전형적인 장르 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는 건 아니다.
미치오 감독의 카메라는 영화 속 마츠카 감독(남자 주인공)의 카메라와 교차되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어느새 의미를 박탈당한다. 미치오 감독은 영화의 스토리를 '다층적 의미구조' 속에 밀어 넣고, 관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히틀러 따윈 몰라>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히틀러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히틀러 따윈 몰라”라고 말하는 세태에 대해 비판하는 영화다. <까뮈 따윈 몰라>도 비슷한 의미다. 오늘날 일본의 젊은이들은 까뮈에 대해, 고다르나 트뤼포에 대해 잘 생각해보지도 않고 쉽게 말한다. 우리 세대에는 모든 걸 찾고, 생각한 후에 말을 했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그냥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다.”
<까뮈 따윈 몰라>는 1995년 <원더링 페들러>를 만든 뒤 미치오 감독이 10년 만에 연출한 작품이다. 10년이란 공백기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는 의외로 느긋한 대답을 들려준다. “일본에서 영화를 찍기 위해 돈을 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나이가 50살쯤 되면, 영화는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이창호 감독이나 배창호 감독도 그런거 아닐까. 그냥 느긋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다 그런거다.” 미소를 지우며 답변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이를 초월한 열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