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컴배트>의 파트릭 카르팡티에 감독
2006-05-05
글 : 오정연
“욕망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파트릭 카르팡티에 감독의 <컴배트>는 낯선 욕망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영화다. 동성애와 사도마도히즘적 관계를 탐닉하는 두 사내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카르팡티에가 ‘슬픔의 불규칙성’을 주제로 만든 3부작 연작의 마지막편에 해당한다. 그는 “10년 동안 사귀었던 사람과 헤어진 뒤 힘겨운 시기”를 겪으면서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기준은 매우 불규칙적임”을 깨달았다. 3부작의 첫번째 영화 <God is Dog>은 혼자된다는 것의 두려움을 담았고, 두번째 영화 <9번의 화요일>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영화라고. 3부작 전에는 “동성애자들이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실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두려움은 사랑을 살해한다>를 완성한 그는, 짐작하다시피 동성애자다. “더이상 사람들에게 나의 정체성과 욕망을 설명하기 싫다.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그의 영화는 과연, 관객의 이성이 아닌 감성을 공략한다. 색보정 작업에 유난히 공을 들였다는 예민한 화면과 생생한 사운드가 긴밀하게 조우하는 그의 영화를 보고나면 이런 사랑이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여년간 연극배우, 록밴드 멤버 등을 거쳐 영화감독이 된 그가 걸어온 길은 자신의 욕망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만물을 가능하게 만드는 태양처럼 욕망 역시 인간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그는 “다른 사람의 욕망과 똑같은 것을 느끼려하기 보다는 나만의 욕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극은 반복이었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서 깊이 탐구하기에는 영화가 적합하”기에, 현재로선 영화가 그의 종착지라 여겨도 좋을 듯하다. 그러니 자유롭고 솔직한 욕망을 향한 그의 긴 여정은, 다행히도 이제 시작이다.

사진 소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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