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내 청춘에게 고함> 김영남 감독
2006-05-08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삶의 속도 늦추고 잃어버린 순간 떠올려보세요”

5일 막을 내린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상영된 <내 청춘에게 고함>은 요란한 치장이 없는 청춘영화다. 20대 초반 여자와 20대 중반의 남자, 서른살의 남자 이야기가 3부 형식으로 연결된 이 영화는 열정과 패기라는 청춘의 상투어들을 거둬내는 대신 그들의 일상과 내면으로 조용하게 들어간다.

2001년 단편 <나는 날아가고…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로 칸영화제 등 여러 국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김영남(34)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가족의 해체와 비정규직 문제 등 동시대적 고민을 놓치지 않으면서 그 안에 불안과 충동같은 젊음의 속성을 섬세하게 포착한 김영남 감독은 “왠지 결혼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서” 첫 연출작을 청춘영화로 결정했다고 다소 싱거운 연출의 변을 꺼냈다. 스스로 아직 청춘이라고 말하는 그는 청춘이 특정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나 삶의 태도라고 ‘청춘론’을 폈다. “세상이 요구하는 삶의 빠르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속도를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2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근우처럼 불확실한 삶에서 ‘눈 감고 걸어가는’ 상황에 처해 있는, 그렇지만 어쨌든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는 청춘의 느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내 청춘에 고함>은 신인작가의 정통 코스라고 할 만한 길을 밟아 완성됐다.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신인발굴 프로젝트에 선정됐고, 이를 통해 재능있는 아시아 감독들의 영화제작을 지원해온 일본 엔에치케이 필름 페스티벌에서 제작비를 지원 받았다. 또 이 영화는 예술영화전용관 필름포럼을 운영하는 이모션픽처스가 처음 제작한 영화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정해진 삶의 진로와 속도에서 벗어난 선택을 통해 영화계에 입문했다. 공대 대학원 1학년 때 “살아가면서 남을 만한 일이 뭘까”를 고민하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시험을 봐 합격했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서부영화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영화를 하겠다는 생각은 대학시절에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지도 교수로 만나기 전에는 그의 영화를 한 편도 본 적이 없는” 홍상수 감독에게 사사했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연출부를 거쳤다. 이런 이력은 신인 감독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그의 영화에서 ‘홍상수식’이라는 꼬리표를 찾기 위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는 의미다. “무의식 속에 홍 감독님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배운 건 세계관이라기 보다 영화를 만드는 실무적인 부분이 더 컸어요. 이를테면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내 생각을 어떻게 배우들과 소통할 것인가, 부딪힐 때마다 감독님의 작업방식을 떠올렸고, 많은 힘이 됐죠.”

그는 <내 청춘에 고함>이 ‘자신에게 말걸기’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놓쳐버렸거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삶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래요.” <내 청춘에 고함>은 6월 말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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