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주택가에 침입한 흔적을 남겨둬 공포감을 심고 아울러 사회적인 메시지를 읽게 한다? 글쎄다, 철통같은 부르주아의 심장이 그 정도로 각성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깨우치는 자’를 자처하는 얀과 피터는 자신들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으며, 동시대의 누군가가 그들을 뒤따르리라 믿는다. 그리고 여기에 피터의 여자친구 율이 합세한다. <에쥬케이터>를 풍요로운 사회에 사는 철없는 아이들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 본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분노가 아닌 불만이 가득하고 그냥 자유롭고 싶은 세 젊은이가 내뱉는 혁명, 제3세계, 불평등이란 말들이 공허하게만 들린다(그러나 으리으리하게 꾸며놓은 저택을 보며 부러워한 게 솔직한 심정이고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안락한 삶을 챙기기에 바쁜 나 자신이 정작 죄의식을 느껴야 할 일이다). <에쥬케이터>가 더 덜컹거리는 건 납치된 부르주아가 가당찮게 68혁명을 향수하고 세 주인공 사이에 애정전선이 끼면서부터다. 이렇게 <에쥬케이터>가 사회드라마, 가짜 역사수업, 진부한 멜로드라마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동안 결국 여운을 남기는 것은 영화의 메시지가 아니라 후반부를 장식한 제프 버클리의 목소리다. DVD 영상은 반짝임과 번들거림 그리고 어두운 장면의 거친 질감 등 디지털 원본의 느낌을 잘 살렸다. 소규모 제작팀의 효율을 잘 드러낸 ‘메이킹 필름’(23분, 사진), 독일판 결말·재미있는 장면·삭제장면을 수록한 ‘편집구역’(54분), 칸영화제 참가 영상(8분), 감독과 배우 인터뷰(14분), 예고편 모음 등의 부록이 영화의 규모에 비해 풍성한 편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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